독후감

📚  모든 사랑의 불륜은 없다. 마광수作

no pain no gain 2024. 8. 25. 18:32

📚  모든 사랑의 분륜은 없다. 마광수作
1.  섹스가 사랑이

고 사랑이 섹스다.
모든 사랑의 불륜은 없다. 모든 사랑의 변태도 없다. 모든 사랑의 퇴폐도 없다. 사랑은 '순간을 연소'시키는 것이다. 거기엔 아무런 조건도 규약도 제도도 개입하지 못한다.
섹스가 사랑이고, 사랑이 섹스다. 인간의 사랑은 개나 돼지의 사랑과 똑같다. 개의 섹스에 무슨 윤리가 필요가 있는가? 그들은 섹스파트너도 마음대로 바꾼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서도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섹스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착하고 아름답다고 거룩하다.
보통 '불륜'이라고 하면 대개 기혼자의 '혼외정사'를 가리킨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남성의 불륜은 별로 문제시되지 않았다. 남녀평등이 안 이루어졌던 탓이다. 그래서 오직 여성의 불륜만이 흥미의 대상이 되고 '단죄'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유명한 문학 작품 속에서 여성의 불륜을 다룰 경우, 스토리의 결말은 의례 '여주인공의 자살'이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리니나》나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대표적인 예이다.

2.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배우는 것.
사람은 육체가 노쇠하게 되면 정신적 사랑으로 육체적 사랑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 들고, 그런 정신적 사랑에 갈구가 만들어낸 허상이 바로 '종교적 사랑'이나 '형이상학적 사랑'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미혼자의 경우라면 우선 자기가 결혼 체질이냐 아니냐 부터 따져본 다음, 죽어도 결혼체질이라는 판단이 서면 오로지 '성적 취향'이 맞는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기혼자의 경우라면, 아내나 남편과의 사랑이 정신적으로 불안전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여 "나도 마음만 먹으면 '진짜 사랑'을 나누는 사람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미망을 버려야 된다.
인생이랑 원래 어렵고, 더럽고, 외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실존하고 실전적 허무감이나 실존적 고독감을 당당하게 긍정할 수만 있다면, 육체적 노쇠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기는 '정신적 사랑으로의 성급한 도피'나 '세속적 출세를 위한 비굴한 변신'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이를 먹으며 늙어갈수록, 뼈저린 고독과 소외감을 느끼게 될수록, 거기에 비례하여 '지적 성숙이 급속도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지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나 정신적 우월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신과 육체를 두루 꿰뚫는 사려깊은 통찰력에 가깝다.
노탐老貪에 따른 속물적 출세주의나 성적 허기증에 따른 종교적 신비주의에 빠지지 않는다면, 사람은 누구나 '지적성숙'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다.
나 자신의 경우를 두고 말하자면, 실제적 사랑 또는 성애를 마음껏 즐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문학을 통해 '사랑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럭저럭 대리 충족감을 맛보면서 외로운 나날들을 지탱해 간다고 말할 수 있다.
성적 허기증은 탐미적 관음이나 자위행위 등을 통해서 또 어느 정도 그런대로 무마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적당한 무마'나 대리 충족이 그런대로 나의 추한 변신이나 심통 사나운 정신주의자 (또는 도덕주의자)로의 이행을 근근히 막아주고 있다고 본다.
나만 외로운게 아니라 남도 외롭다. 나만 억울하게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남도 다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그런 고달픈 삶의 와중에서 내가 계속 성숙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할 수 있는 여유일 것이다.

3.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여자는 '건방진 여자'라는 사실이다. 정말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볼 것이 없는 여자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건방'을 떠는 경우가 요즘엔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외모상으로 내가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그 여자한테서 건방진 구석이 조금이라도 엿보인다면, 나는 그 여자를 저주하고 또 저주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테마에 지극한 희생자가 마광수라고 생각한다. 어느 잣대로 희생양을 만들었는지는 저자의 책을 독서를 해본사람은 안다.
읽어보지도 않고 들이대는 기준이 천재적인 소양을 가진 문학도의 생을 끊어버린것.
시대가 변하면 평가도 달라지기를 기다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