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강(螢川). 미야모토 테루作.
1962.3. 66세의 아버지 시게타쓰와 45세의 엄마 치요. 그리고 이제 중3인 아들 다쓰오.
전후 부흥기의 시게타쓰는 미군으로부터 불하 받은 헌 타이어를 대량으로 판매해서 거금을 손에 쥐었고, 그와 관련된 자동차 부품에도 손을 뻗쳐 호쿠리쿠에서는 유수의 상인으로 올라섰다. 그는 여세를 몰아 새로운 산업에도 잇따라 손을 댔다. 남들로부터 인왕님이라고 불리던 시계 따스는 통이 큰 야심가 이기는 했지만 치밀한 사업가는 아니었다 1953년 무렵을 고비로 손대는 사업마다 부진을 면치 못했건만 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잇따라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해 갔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결국 벽에 부딪혀 포기했다. 그때마다 허비해 버린 자금은 어느 틈엔가 커다란 빚이 되고 말았다. 문득 초조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 그는 이미 예순을 넘어 있었다.
" 예전에 오랫동안 함께 지내던 하루에 라는 처가 있었는데, 자식을 낳지 못했지. 치요와 나 사이에 네가 태어난 거야. 난 너무나 자식이 갖고 싶었어, 그때 내 나이가 서른만 되어서 다른 방법을 취했을 거야. 쉰두 살이었으니까 그런 미친짓을 한 거지. 아무런 죄도 없는 아내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하듯이 갑자기 생기는 아이 아버지가 되겠다고 생각한 거야".
어느날인가 쓰러진 시게타쓰. 일과성 뇌일혈이지만 지병인 당요가 몹시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환자가 일단 경련 발작을 일으키면 뇌장애도 잇따라 진행될 위험이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치요 에게도 헤어진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남편과의 사이에 사내 아이가 있었다. 당시 한살이던 아이는 남편이 데려갔지만 아이를 포기하더라도 이혼하고 싶다고 주장한 것은 치요쪽이었다. 지금 그 아이는 24살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인지 지금까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시집와서 다쓰오라는 아이를 낳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헤어진 남편은 철도원이었지만 논밭을 가진 유복한 집안의 장남이었다. 친척의 권유로 치오는 21살의 그 사내와 결혼했다. 피부가 희고 여자처럼 입술이 빨간 데 굵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당 시 철도원으로서는 드물게 다도와 꽃꽂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사미센과 나가타에 능숙했으며 더구나 술꾼이었다. 결혼해서 두 달 가량 지났을 무렵이었다. 일이 끝나고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이 어디에 옷을 벗어났는지 속옷차림 이었다. 그것을 질책하는 시효를 남편은 때리고 발로 찼다. 이튿날은 남편이 비번이라서 점심 무렵에 일어난 남편은 숙취에는 이게 최고라며 꽃꽂이를 시작했다. 남편의 화사한 기모노 차림을 바라보던 치오는 형언할 수 없는 혐오감에 휩싸였다. 치요는 집을 나와서 다카오카 포커스라는 곳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로 도망쳤다. 그것이 첫 가출이었다. 결핵으로 누워있는 어머니는 오빠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다음 비번날에 찾아온 남편은 부디 돌아와 달라고 방바닥에 이마를 대고 빌었다. 치요는 남편과 함께 돌아갔지만 그것으로 남편의 술버릇이 고쳐진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만취해서 들어오고 치요가 어머니에게로 도망치고, 남편이 데리러 오는, 그런 일이 몇 차례 되풀이되었다. 아기가 태어나도 그러한 되풀이에는 변함이 없었다. 단지 도망치는 등에 갓난아기가 엎혀 있는 정도의 차이뿐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돌아온 치요는 제삼자를 통해 자신의 뜻을 남편에게 전했다. 남편은 예전과 다름없이 치요를 데리러 왔지만 치요는 끝내 돌아가지 않았다.
남편과의 짧은 결혼 생활이 끝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1년 후에 어머니가 죽었다 오빠는 남방에 간 채 소식이 두절되었다.
시게타쓰가 죽고 장례를 치른 후에 초로의 전처가 찾아왔다. 문상과 푸념. 그리고 헤어지는 마당에 다쓰오에게 전송 해달라고 말한다.
"이 아줌마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줄게. 장사가 무슨 소용이고 돈이 무슨 소용이겠니.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냐. 모두 너에게 줘도 좋아....."
목수로 일하는 긴조. 엄마 치요. 동급생 히데코와 반딋불이를 보러가자고 한다.
자전거를 끌고 상당한 거리를 걸어온 네사람.
냇물소리가 왼쪽에서 차츰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길도 왼쪽으로 구부러졌다. 그 길을 완전히 돌아 달빛이 부서지는 수면을 내려다 본 순간 내 사람은 말을 잊은 채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아직 500 걸음도 걷지 않았다. 수십 수백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출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네 사람 각자의 가슴속에 있던 동화 속의 화려한 그림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딧불이 무리는 용소 바닥에서 조용히 춤추는 미생물의 시체처럼 무한한 친목과 시취를 머금은 채 빛의 앙금으로 변하여 하늘 높은 곳으로 희미한 광채를 발하며 차가운 불똥이 되어 나르고 있었다.
이 애절하고 슬플 만큼 창백하게 반짝이는 빛의 덩어리의 넋을 잃고 있노라니, 이제까지 일이 모두 거짓이 아니었다.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거짓이 아니었다고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얹고 그 몸을 구부렸다. 전신이 씨늘하게 식어 있었다.
"..... 교미하는 거야. 또 다른 반딧불이를 낳는 거지."
히데꼬는 다쓰오를 따라갔다. 가까이서 보니 반딧불이는 몇 굽이 파도치는 완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떨리듯이 빛을 발하는가 싶다가 탈진한 듯이 수그러든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전멸의 반복이 몇만 몇 십만 마리나 모여서 지금 애절하고 적막한 덩어리의 생명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엄청난 입자가 일제히 몰려와 가슴이며 스커트 속으로 밀려드는 것이었다. 하얀 피부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발했다. 다쓰오는 숨을 죽인 채 히데코를 보고 있었다. 반딧불이 무리는 쏴아 쏴이 소리를 내며 파도 쳤다. 그것이 반딧불이 소리인지 냇물 소리인지 다쓰오는 이미 구분이 되질 않았다.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상상할 수 없는 수 십만 마리의 반딧불이들이 사실은 히데코 몸속에도 몸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는 듯이 여겨지는 것이었다.
치요도 분명히 무엇인가 끝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치요의 귀에 사미센 뜯는 소리가 들렸다. 본오도리 노래가 먼 마을에서 들려오는 것일까 하고 귀를 기울였지만 지금은 아직 그럴 계절이 아니었다. 치요는 귀를 피했다. 아무리 피해도 사미센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바람처럼 꿈처럼 희미한 율동으로 너울거리는 현 소리는 치요의 가슴 한구석에서 하염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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