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판토마임. 김애자作.
환자복을 입은 늙은 엄마는 먹고 자는 것도 잊은 채 바느질 시늉을 한다.
어릴적 기억에는 외조부가 죽기전에 보낸 가마를 타고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 딸과 외손녀가 보고 싶다는 요청에 응하기 위해서 였다.
딸이 과부가 된걸 가문의 수치로 생각한 외조부는 대명천지에는 방문을 허락하지 않고 어두운 밤에 방문하고 한없이 우는 엄마에 대한 기억. 딱 끊어진 기억과.
그리곤 어느날인가 흰옷을 입고 마당에서 초석위에 쪽머리를 풀고 땅에 엎드려 오래오래 흐느끼는 기억. 외조부의 죽음.
어린시절에 엄마는 늘 화롯가에서 바느질만 했다. 어린이의 눈에도 슬프게 느껴진 풍경. 규방칠우와 함께한 이유는 홀로된 과부와 3남매의 생계가 딸린 일감이었음을 어른이 되고나서 알았다.
엄마는 6.25사변이 나던 첫 여름까지 명월관 기생들의 옷을 자미사, 숙고사니, 모본단등의 옷감으로 지었다.
"어머니, 사람의 한생이 저 꽃 한송이 보다 났지 않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고 한다면, 당신의 아흔 다섯 구비의 생도 한 호흡인걸요. 그러니 이제 그만 무대에서 내려오셔도 됩니다. 관객들도 떠나고 조명도 다 꺼졌는걸요."
판토마임은 이렇듯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는 슬픈 추억들로 이루어진다.
오래전에 읽었던 다른 수필.
정신병동에 노인과 소년의 대화.
노인은 털실로 짠 옷의 실을 푼다. 소년이 묻는다. 할아버지 뭐해요? 응 실을 푼다. 실을 풀어서 뭐하게요? 응 옷을 짜지. 그런 다음에는요? 응 실을 푼다. 실을 풀어서.......
하루이틀이 아니고 몇년째 이어진 똑같은 대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지겹겠지만 둘사이의 대화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지하게 이루어진다.
내 의지와 생각으로 삶을 마무리 한다는 것.
정신건강을 죽는 날까지 지켜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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