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소설 진달래 꽃.

no pain no gain 2024. 2. 3. 12:34

📚  소설 진달래 꽃. 유익서作

일제유학생으로 천석꾼의 집에서 자라난 김병산. 그는 사회주의 공산당에 심취하여 부친몰래 가산을 팔고 공산당에 혼신을 다하여 충성을 한다.  둘이서 결혼한 최은희. 남편을 맹종적으로 따른다.

미군정 치하에 도피자가 된 상황. 임시적인 시선회피용으로 '가부부제'라는 실험에 들어간다.

" 공산당 선언에서 거론하고 있는 부인공유제의 시의적절한 창조적 변형이라는 것입니다."
" 공산당 선언에 부인공유제에 대한 항목이 있군요."
" 부르주아들이 자기 아내를 단순한 생산도구나 착취 대상으로 삼는 것을 지향하기 위한 방편은 논의하기 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니컬한 항목으로 부인공유제가 등장합니다. 부르주아들은 공공 매춘시설을 이용하기도, 지위가 낮은 신분의  아녀자를 돈으로 사서 노리개를 삼기도 하고 더 나아가 서로가 남의 부인을 유혹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데 이런 것이 바로 부인공유제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는 것이지요. 허울 좋은 일부일처제니 뭐니 하는 이런 위선적인 내용을 털어버리고 은밀하게 휭행하는 부인공유제를 공식적이고 공명정대하게 도입하는 편이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지 않겠느냐는, 그런 이상론을 펼쳐놓인 것이랍니다."
" 하기야 매춘은 인류 역사의 시발과 함께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부부제라니, 혼쾌이 동의하고 싶지는 않았다.

병산은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갔다 밥상에 펼쳐둔 공책에 글씨가 빼곡하게 차 있었다 글씨가 굵어 은희도 고개만 돌리면 식별이 가능하였다 병산이 하는 일은 가끔 적 모른척해왔었다 그러나 가부부제에 관한 뜻 악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던 탓인지 평상시에 하는 일에 새삼스럽게 궁금증이 일어났다
'적이 있어야 한다. 적은 부당해야 하고 부패하고 폭력적이어야 한다. 적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적이 존재해야만 그 적을 대상으로 적개심을 품게 되고 적개심이 클수록  분노 또한 큰 것이다. 적개심과 분노가 행동으로 옮겨질때 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명분이 정의로울 때 투쟁은 혁명으로 승화된다. 볼세비키의 적은 차르 체제와 귀족 지배계급이었다. 볼세비키는 차르 체제와 귀족 지배계급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인민해방을 가져왔다. 우리는 어떤가, 지금 미제국주의자들과 친일 잔재들이 우리의 적으로 존재한다. 이들이 우리의 적인 까닭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정의롭고 공명 공정하며 평화로운 공산주의 체제를 이 땅에 펼치려는 우리 노동당을 적대시하고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제국주의자와 친일 잔재 세력과 비슷하고 반드시 이들을 무찌르고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

지하활동을 하다가 잡혀서 15년 형을 살다가 전쟁이 나자 '골로'가서 죽음을 당했다.

은희는 인민군에 자원 입대후 패전으로 쫓기는 인민군을 따라 북으로 간다. 이런저런 보직을 거쳐서 살던 중 마음속으로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 따른 갈등과 결핵이라는 질병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되어 간다.
김일성은  권력투쟁 일환으로 패전에 대한 책임을 남로당으로 전가 하면서 스탈린이 사용하던 방법으로 정적을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는 정책을 답습한다.

10여년. 후. 두번의 간첩임무를 띄고 남파. 교육받은 상황과 전혀다른 남한의 실정.

해방 후 그이처럼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많은지식인들이 사회주의 이상 국가건설을 위해 공산주의 운동에 뛰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이는 당시 사회적 유행이나 거리에 풍속처럼 만연했다. 이들 지식인이나 청년들은 대개가 독점자본과 재벌을 배격하고 공격했다. 부자를 생리적으로 적대시하며 혐오했다. 일제 때 친일함으로써 편안하게 살 것이 살아갈 것인가, 빈곤을 감수하며 민족정신을 견제할 것인가 양자택일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혼연히 빈곤과 민족정신 견지를 선택했던 지식인들에게 있어서 부는 당연히 죄악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두고 간 모든 자산과 자원은 일체 국유화하여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식인과 문화인의 당연한 양심에 발로라 믿었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 시행은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 하려는 공산당 만이 성취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공산당 노선을 지향하는 자만이 시대의 양심으로 취향 받아야 한다고 믿는 것이 유행이고, 풍속처럼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하는 구체적 조직인 공산당이 정부를 수립하여야 사회주의 이상 국가를 건설할 수 있으리라 믿은 이들은 죽어가면서도 '혁명은 조선의 위대한 미래'라고 외치면서 혁명가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혁명은 조선의 위대한 미래라!'는 굳은 신념을 가진 그이가 옆에 있다면 묻고 싶었다. 지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당신이 그토록 꿈꾸던 혁명을 실현한 나라가 맞는지? 아니면 김일성 빨치산 유격대 일파가 권력을 독점하고 인민은 그 노예로 전락해 있는 후진국가인지? 당신이 그토록 사랑한다던 무심코 피는 진달래꽃과 같은 존재인 일반 백성들이 주인이 되어 있는 자유 국가인지? 아니면 탐욕스럽게 사랑을 갈구하는 모란꽃 같은 특권층이 주인이 되어 권력을 독점적으로 휘두르는 독재 국가인지?

당신은 끝까지 당당했었다. 방첩대에 검거 되어 재판에서 15년형을 받고 항소했을 때도, 항소심에서 재판장이 대한민국 정부를 어찌 보는가, 묻자. '대한민국 정부는 반인민적 미제국주의  괴뢰 정부다. 그러므로 전체 인민의 손에 의해 타도 될 것으로 본다.'고 대답한 후 당당히 조선노동당 만세! 인민공화국 만세! 김일성 만세!를 목청껏 외쳤었다.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은 당신은 결국 사형 언도를 받았고 형장에 이슬로 사라질 때도 당당하지 않았던가.

고인이 된 지 오래지만 그이의 명예와 혁명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온 지난날의 모든 노력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무었보다도 통탄스러운 것이, 왜 우리가 그토록 미욱 했던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왜 선악을 구분하지 못했던가. 왜 두 눈 번연히 뜨고 자비롭고 정의로운 사람과 탐욕스럽고 악한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던가. 이마에 뿔이 돋아나 있을 것이라 믿는 동안에는 악마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악마가 준동하기 전, 살인 파괴 등 저주스러운 악행을 저지르는 걸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 그 악마의 정체를 판별해내지 못한다면 어찌 배운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잘났다는 사람들이 어찌 악마가 준동하기 전에 그 성향이나 성품을 보고 악마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안목을 갖추지 못했던가. 지구 위에 천국을 만들겠다던 구호는 지옥을 만들 때 쓰였을 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왜 한사코 외면했던가. 왜 그 잘났다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미욱한 존재들이었단 말인가.
가슴을 쥐어뜯으며 후회한들 이제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방첩대 자수로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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