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야할 길.

no pain no gain 2023. 12. 27. 21:34

가야할 길.

운동하고 나오면서 작은 개울물이 얼어 있는데 그 위에 흰 눈이 쌓여 있는 상태.
누군가의 발자국과 언젠가 먹이사냥을 위해서 마치 조형물처럼 물만 바라보며 발을 담그고 때를 기다리던 재두루미.
이제는 물이 얼어서 안오나 했는데, 그 눈길에 마치 화살표처럼 아직 얼지 않은 곳까지 이어진 발길. 야생에서의 삶 이란게 이토록 고독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작은 새로 태어나 공원 언저리나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지나가는 여객선에서 뿌려주는 과자 부스러기라도 받아먹고 살수 있을텐데.
철새긴 하지만 크나큰 몸집에 겁도 많다보니 쉽사리 사람에게 접근 할수는 없고, 물이 얼기 전만해도 건너편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던 도시의 낚시꾼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긴장의 끈을 당기더니.
낚시꾼이야 안잡혀도 그만인 상태지만, 두루미는 한끼 식사에 생존이 걸린 처절한 투쟁의 시간.

다 저마다의 명당으로 점찍어둔 곳으로 와서 시간을 보내겠지만, 심곡천이나 굴포천, 공촌천에는 무리지어서 먹이사냥과 야간 잠자리 까지 해결이 가능할진데.
무리진 그룹에는 흰뺨오리와 청둥오리 그리고 이제는 텃세가 되어버린 가마우지들도 자기 영역을 지키면서 다른지역은 절대 침범하지 않는 모양새다. 바다로 연결되는 심곡천저류지의 철새조망대 에는 어느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군데군데 박아놓은 말뚝에 저마다의 장소마다 주인이 있어 그중에 왕초노릇을 하는 가마우지가 더러는 날개를 펴고 앉아 다른 새들의 접근을 막고있다.

오늘도 한끼. 아니 생존의 먹이사냥에 성공했는지가 궁금한 발자국이 마치 가야할 길인냥 표시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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