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소설. 반에반의 반에서.

no pain no gain 2023. 9. 20. 10:25

명자씨를 닮아서 中에서.

인생에서 가장 적당한 시간이라는 게 있을까요? 적당한 양은요? 적당한 때는요? 평균 이라는 게 중요한 건가요? 평균은 누가 정하죠? 얼마에 이르러야 그만하면 괜찮다, 모자람이 없다 할 수 있죠? 옆집 할아버지는 골골하며 아흔아홉 살까지 살고, 건강했던 내 아버지는 마흔두 살에 갑자기 죽어버리고,  윗집 히스패닉 부부는 애를 넷이나 낳고도 하나가 또 생기고, 성당 사무장 글라라 아줌마는 아무리 돈을 들이고 노력해도 애를 낳지 못하고, 마흔두 살의 폐경은 평균에 못 미친건가요?
인간은 누구나 각자 가지고 태어난 양이 있는 것 같아요 평생 만들어낼 난자의 개수, 평생 먹을 밥, 평생 받을 사랑, 자기가 갖고 태어난 만큼, 딱 그만큼만 누리다 가는 거예요. 그 총량을 다 채우면 거기서 끝. 나머지는 덤. 인생의 총량의 법칙. 시간은 중요한 게 아니죠. 길든 짧든 만든 적든. 억울할 것도 의기양양할 것도 없어요. 그냥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총량을 채우면 끝인 거예요. 억울함을 따지자면야 마흔둘에 폐경이. 된 여자보다 마흔둘에 죽은 남자가 훨씬 더 억울하지 않겠어요?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아이보다 부모를 차례차례 잃은 열아홉살 아이의 운명이 더 가혹 수도 있고요.

그는 너무 건강해서 죽었어요. 지나치게 건강해서. 건강에 총량을 일찌감치 채워버려서. 그의 탄탄한 허벅지가 생각나요. 그녀와 내가 틈만 나면 만져대던 알통도요.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생활에서 차근차근 쌓인 진짜 근육이 었는데. 달리기를 할 때면 짱짱해졌다가 튕겨 오르면서 꿈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꿈틀. 그 싱싱하게 아름답던 근육들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죠.

이런 이론에 대입해보면 살아있는 인간들은 아직 살아서 해야할 사랑과. 기타등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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