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소설 우니에서.

no pain no gain 2023. 9. 18. 23:01

小說. 반에반의 반. 천운영作. 중. 우니.에서

"그런데 동생 분은 멀미안하세요?"
"동생은 무슨! 우리 시어머니야."
" 전 또...... 두 분이 닮으셔서."
" 닮기는 어디가? 내가 저 냥반하고? 그런 소리 하지도 마. 저양반은  후취야 후취. 내가 셋째 뱄을 때 들어왔잖여. 그때가 열여섯이었나, 열넷이였나? 아무튼지 우리 시어머니가 나보다 딱 다섯 살 어려. 내가 임신년 잔나비. 우리 어머니가 정축년 소잖에. 그래도 내가 나어린 시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셨지. 입때까지. 안 그래요. 어머니?"

"이게 다 관동댁 때문이야. 어쩔 거야, 응?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내꽃놀이 관동 댁이 다 책임져. 괜히 꽃놀이 오자고 해가지구. 괜히 애는 맡아 가지구!"
" 나가 오자고 했가니? 성님이 오자고 했지?"
" 내가 왜 성님이야!"
" 그런 메느님이라고 불러요?"
" 그 양반 돌아가신 지가 언젠데, 다 늙어빠져서 씨엄씨 노릇 하려구? 후취 주제에 무슨 씨엄씨. 내가 첫날부터 확실히 길 안 드렸으면 씨엄씨 노릇 오죽이나 안 했겠어. 아주 세초롬이 앉아서 밥상 받는 꼴이라니. 내가 밤낮으로 부엌에서 꼬불이구선 상 들구 댕기느라 허리가 이릏게 된 거 아냐. 들어주기나 해? 나이 어린 시어머니가 척 하니 아래묵에 상 받고 앉았지."
" 또 옛날 얘기. 여기서 그 애기는 왜 또 나오요."
"옛날 얘기 안 하게 생겼어? 내 뒤집어 쓸 줄 알았어. 옛날에도 그랬잖아. 밖에만 나갔다 들어오면 꼭 뭐 하나씩 속아서 사가지고 들어오구. 쓰잘데도 읎는거. 옴팍 속아 가지고. 응응응?"

"어머니 온 날, 그 냥반이 그랬어. 암것도 모르는 애다. 네가 하나하나 다 가르쳐라. 그 냥반도 눈에 뭐가 씌였지. 뭐가 좋다고 암것도 모르는 걸 데리고 와가지고 설나무네. 어머니 볼 게 뭐 있어? 얼굴은 밉구 키는 쬐그매해가지고, 할 줄 아는 게 있어, 애교가 있어. 나이 어린 거 말고 뭐가 있어. 그거 내가 일일이 다 가르쳤잖아. 그 냥반이 가르치라니 별수 있어? 그래도 섭섭하지. 메느리 밖에 모르시던 양반이 어디서 밉상하나 데리고 왔는데."
" 그 양반 가고 나니 의지할 데라고는 독골댁 밖에 없대. 그 양반 자석들이야 눈이 실쭉하니 뜨고보고 , 무서워서 말도 못 붙였지. 그냥 언니같고, 성님 같고, 엄니 같고...... 우리 엄니가 그냥반한테 그랬다네..... 데려가서 밥이나 멕여 달라고......그 집 와서 흰쌀밥 처음 먹어봤소. 아따 고거이 참말로 답디다."

" 어머니는 인생을 몰라도 너무 몰라. 요니 맛도 모르구. 아직도 갈챠줄 게 많이 남았으니.  어쩌나? 내가 오래오래 살아야지."
"한나 한나 다 가르쳐 줬지. 버선 맹그는 것도 가르챠주고 나백김치 담그는 것도 가르챠주고, 우니 맛도 가르챠주고. 나도 뭐 한나 가르쳐 줄까? 그렇게 메느리만 이뻐했던 그 양반이 밤마다 내한테 뭐라 했는지 아능가? 요 맛은 아무도 모를거다, 요 맛이 최고다, 요 맛이 최고야. 어릴 적에는 고 말이 고로코롬 무섭고. 싫드만, 독골댁은 죽어도 그 양반 다 모를 거이네. 암만, 내 양반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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