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코를 보는 순간 황홀했다. 반투명한 하얀 빛깔의 옥에 홍화의 붉은 물이 살짝 스며든 듯, 옅은 분홍색으로 깎은 조각 같은 기품의 숙녀에게 자꾸 시선이 쏠렸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그리 갸름하지도 않은 얼굴에 반달같은 눈썹과 아침 이슬처럼 맑은눈, 부드러운 콧날, 입을 약간 오무려서 살짝 웃을 때마다 하얀 이 끝이 살짝 들어나 보였다. 샤먼 핑크색의 원피스가 앞에 놓인 와인잔의 빛깔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점의 흐트러짐이 없는 그녀는 눈 속의 한매 같이 아름다웠다.
식당 안쪽에 있는 피아노로 가서 다소곳이 앉았다. 곱고 매끈한 섬섬옥수가 하얀 건반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승무처럼 느리게 어떤 때는 굿거리처럼 율동있는 춤사위가 현란했다. 동산에서 떠오르는 은빛 같은 달빛이 앞뜰의 산수유나무 가지사이로 빗살처럼 스며들어 춤을 추었다. 피아노 선율이 따라 하얀 드레스를 마루에 끌며 그 속에 예쁜 구두 뒤꿈치를 살짝 들고 턴을 하는 것 같았다. 제자리에서도 돌고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듯 피아노 주위를 공전하며 왈츠가 강물처럼 물결쳤다.
사랑이란 삶의 소중한 양식이고 인생의 가치이고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것. 이제 감미롭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꽃봉오리가 가슴속에 막 피어나고 있는 미츠코는 애틋한 옛날의 탄식이 아니라 미래의 은빛 쏟아지는 보름달 같은 둥글고 밝은 사랑을 피아노로 호소하고 있었다.
토셀리의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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