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스크랩] 샤워장에서

no pain no gain 2012. 3. 19. 11:23

샤워장의 대화

 

한바탕 격렬한 몸놀림으로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벗고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에 남자들이 샤워를 합니다.

어젠 뭐 했어요? , 동아마라톤에 다녀왔어요. 기록이 얼마나 나왔는데요? 4시간25분이요. 에이! 3시간대는 뛰어야지. 내가 뛸 때는 3시간 반 만에 끊었는데, 그럼 어제도 나갔나요? 아니요. 지금은 무릎이 아파서 못 뛰어요. 저런, 무리를 했구만. 너무 욕심을 부리니까 그렇지요. , 평생 뛰려고 생각하는데, 4시간이면 어떻고, 5시간이면 어때요. 내 몸에 맞게 안전한 게 좋은 거지!

할말이 없는지 머쓱한 표정이다.

또 다른 대화 어젠 잔차를 타는데, 새로 뚫린 아라뱃길을 따라가면 끝에 정서진이 나온다는 것. 그 곳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며 밀양 천황산에 사자평의 억새밭과 짙은 안개 속에 영남 알프스는 제 모습을 감추고 다시 오기를 권하는 것 같더라는 이야기.

 

예전에 학교 다닐 때 티비에서 하던 광고에 다이얼 비누가 나오는데, 기억이 남는 것은 젊은 남자가 아침에 테니스를 하고 군살 없이 탄탄하게 단련된 몸으로 당신의 비누 다이얼 하면서 샤워를 하고 흥겹게 휘파람을 불며 승용차를 몰고 회사에 출근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오늘 아침 샤워장에 모인 사람들의 유쾌한 대화에는 각자 취향은 다르지만, 땀 흘리는 아침으로 시작 한다는 방향 만은 같겠지요.

 

생노병사.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길. 하지만 곱게 늙기 위한 준비로서 흘린 땀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노인네 혹은 홀아비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순환기 체계가 느려지면서 발산되는 각자 고유의 향취가 아닌가 합니다. 늙어가면서 움직임이 적어지고, 수분섭취가 적고 따라서 배출되는 땀의 양이 적어져 피부를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그 특이한 냄새를 좋아할 리 없겠지요.

! 늙어서도 뿜어져 나오는 자신만의 페르몬 향을 위해서 신선한 아침. 땀을 흘릴 준비가 되셨는지요?

 

2012.03.19.

 

 

 

 

출처 : 남원용성초등61회
글쓴이 : 정길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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