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없는 생은 자신에 대한 기만이다.
꿈. 꿈을 적어놓으면 목표, 목표를 잘게 나누면 계획, 계획을 실천에 옮기면 꿈은 실현된다. 그래서 만든 프로젝트가 도전 자전거 타고 한 강가기.
몇 번의 시도가 있었습니다. 인천 효성동에서 부천 오정동까지 다녀오고, 심형래감독의 디워를 만들어낸 영구 아트쎈터의 길가에 선 용가리의 그 부리부리한 눈을 보고, 더 나아가 비 포장 농로에서 흙탕물을 잔뜩 뒤집어 쓰고 김포공항 활주로 옆길까지 다녀오고 해서 준비 운동을 마친 상태였지요.
어느 일요일 새벽.
김포 들녘을 지나면서 떠오르는 해가 찬란하다. 그리고 목이 마르고 지쳐갈 때쯤 해서 도착한 행주대교 남단, 한강 가는 길을 대여섯 번 묻고 나서야 길을 찾았다. 그리고 이어진 한강 자전거 도로. 도로 선을 구분한 길에는 걷는 사람들과 뛰는 사람들, 그리고 인라인과 자전거가 서로 교행하기에 좋게 만들어진 길에는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이 이어지는 자전거 행렬.
물길을 거슬러 가양대교를 지나서 쉼터에서 잠시 쉬고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성산대교를 향해서 가다가 자전거를 타러 나온 회사 동료를 만났다. 그리고 여의도를 지날 즈음에는 전날 저녁 세계불꽃 축제의 현장을 말해 주듯이 아침까지 치우고 있는 쓰레기 더미를 보면서 국회의사당을 지나 63빌딩을 거쳐 한강대교지점에서 유턴해서 집으로 원점 회기 하는 길. 아뿔싸! 집에 두고 온 지갑, 배는 고프고 체력은 고갈되고, 어느 친구의 말처럼 자전거가 잘 굴러가지 않아서 세워두고 바퀴를 돌려봤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나는 상태다. 그렇게 해서 길고 긴 여정을 마무리 짓고 무사히 집에 도착 정말 떨어진 자처럼 달콤한 휴식의 세계에 빠져든 잠.
그리고 출근해서 나눈 대화 중에 잠수교를 돌아서 한강 북단으로 행주산성으로 해서 행주대교를 넘어 온다면 80 Km 라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다시 이어지는 도전 80Km. 이번에는 지난 번의 배 고픔을 교훈 삼아 간식으로 귤과 빵, 물통을 챙기고 지갑을 확인하고 해서 배낭을 둘러매고 잠수교 돌아오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출발은 좋다. 자전거 집에 들러 비포장 대비책으로 바퀴에 바람도 가득 채우고 달리다 보니 김포 들녘엔 벌써 추수가 끝난 논이 즐비 하다. 어쩌다 비포장 길에서 나와 같은 자전거 여행자도 스쳐 지나가고 즐겁게 행주대교 남단을 거쳐 방화대교, 가양대교, 성산대교를 지날 즈음에 잠시 쉬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귤도 몇 개 까서 먹고 여유 있게 출발. 여의도를 지나 한강대교를 바람처럼 날아간다.
한강의 가을은 아름답다. 더러는 억새무리들의 흰머리가 나부끼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시다. 공원 군데 군데 서있는 나무들도 적당히 물들어 가는 모습에서 마치 젊잖게 늙어가는 멋진 인생을 보는 듯 하다.
88도로 사이로 난 굴곡된 도로를 따라 넓은 광장이 나오는 잠수교 남단에서 한강을 건너 다시 물길을 따라 흘러 내려가는 강을 따라 강북도로를 타고 행주산성을 향해 간다. 가다 쉬고 또 가고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면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서 저려온다. 그러면 스트레칭을 하고, 들은 이야기로는 시합에 나간 사람들은 다리가 저려오면 아스피린을 먹는다 한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갈 일은 아니고 행주대교 가는 길을 지나쳐서 되돌아 오긴 했지만, 어렵게 돌아서 김포들녘을 지나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면서 드는 생각엔 어제 와이어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오르던 수락산정상에서 또 철모바위배낭바위를 돌아서 내려오던 길에 만난 매월 정에 써있던 시한 수에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 나무 속에 있는 벌레를 잡아 먹는데, 인간 세상의 수백 수천의 인간 벌레는 누가 잡아먹는가 하는 시구가 가슴에 남아있는데, 그 산행의 피로가 채 가시지가 않아서 오늘 100Km의 자전거 행군을 어렵게 하지 않았나 싶다.
식사를 하고 쉬면서 떠오르는 말은 인간은 앞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나는 제 길을 잘 가고 있나요?
이 모든 것이 일반 생활자전거 일명 철티비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으세요. 정신건강에 좋으니까요. 그리고 도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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