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도전. 새로운 도전이 없는 삶은 인생에 대한 모욕이다.
사실 그날의 컨디션은 헤라클레스라는 별명과는 거리가 먼 감기 몸살로 최악의 상태였다.
마나님께서 국회의원보궐선거에 자원봉사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열과 성을 다해서 뛰는 바람에 감기를 얻어오셨고, 한방에서 동거동락 하다 보니 덤으로 얻어 걸린 것이다. 겉으로는 감기란 바이러스가 옮기는 것이라서 내성이 있고 건강한 사람은 절대 감기 걸리지 않는다고 큰 소리 쳤으나, 2주 정도가 지나자 오히려 내가 환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평소대로 라면 심하게 웨이트 운동을 하고 한 숨 푹 자고 나면 씻은 듯 나았을 감기가 일주일 넘게 떠나지 않았다. 물론 병원에 가지 않은 이유도 한 목 하리라.
버스에서 단체복으로 갈아입고 혜림원에 도착. 1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나와서 그 좁은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한다. 축구공을 보고 달려드는 친구. 한 편에서는 농구 슛을 연습하고 편을 가른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차다가 키퍼 없는 골이 들어가면 세례모니가 화려하다.
조 편성을 하고 내 파트너는 남일(24)이는 다리 길이가 달라 걸을 때 약간 부자연스럽고, 입에서 약간의 침 냄새가 날수 있으며, 침을 흘릴 때에는 닦아야 한다고 하면 스스로 닦는 다는 것과 언어장애가 있으나 운동을 좋아해서 잘 뛰어다니며 활발하다고 하는 사전정보가 주어졌으나 대화 시 옆 눈을 흘겨서 보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버스를 타러 혜림원 문을 나서 내려가는 길 양편에 5월의 꽃 잔치가 펼쳐져 물었다. 야! 꽃 예쁘다. 남일이 꽃 좋아해? 여기서부터 언어장애의 벽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알았다. 남일이는 뭔가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발음이 모호해지면서 해석이 난해한 난수표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갑갑했는지 더욱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면서 허공에 혹은 내 손바닥에 겹쳐지는 글씨들을 써가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것을 알려서 소통하려 했다.
버스에서 간식을 지급하고 안산을 향한 버스는 얼마 가지 못하고 5월의 도로 속에 갇혀버렸다. 친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남일이의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운동에 관한 것이 자랑으로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장은 인조잔디가 깔린 혜림원 축구장으로 일반구장의 1/5쯤 되는 크기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슛을 하면 골인을 잘 하는 센터포드 역할이 제격인 포지션. 숫한 골을 넣었다 한다. 그리고 농구는 던지면 바로 골인이며, 야구는 쳤다 하면 홈런이 되고, 인라인도 수준급이고 자전거도 MTB를 탈 정도의 실력에 수영도 잘 하는 헬스클럽에서 몇 년째 땀 흘리며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가꾼 만능 스포츠 맨이다.
본인의 자랑으로는 출근 형태로 혜림원에 도착. 직업인 콘센트를 비롯한 전기부품을 조립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체육시간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퇴근 뒤 집에서는 수영과 인라인, 보드, 싸이클을 즐기고 집에서는 스포츠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데, 자신의 실력은 수준급이라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그래서 매일 혜림원에 출근하고 싶은 열정이 넘치는 사나이. 남일.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안 군대가 있는 아들과 오버랩 되면서 남일이가 이렇듯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자신의 생각이 긍정이 되도록 묵묵히 동참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뒷바라지 했을 남일이 아버지의 남몰래 흘렸을 눈물. 그 가슴 아픈 사연들이 뭉클 다가서는 것이다. 나는 과연 내 아이에게 이렇듯 정성 들여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 였던가? 학생이면 공부나 하라고 몰아세우지는 않았던가 하는 생각의 파도가 겹치면서 눈 꼬리가 뜨거워졌다. 남일이의 손을 꼭 잡고 남일이 최고! 라고 칭찬을 했다.
안산에 도착.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조각공원 안에 있는 성호기념관에서 실학사상의 근간을 이뤘던 많은 전시품들을 둘러보다가 1760년대라면, 유럽에서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혁명이 나서 루이16세가 쫓겨 나고, 우리가 물시계 해시계로 시간을 가늠 할 때 유럽에서는 시계가 수출품으로 생산되던 때가 아닌가 하는 것과 이제 막 미국이 독립전쟁으로 흘린 피를 바탕으로 몇 개 주를 합쳐 독립선언을 하던 때 선견지명이 있었다던 이익선생께서는 실학의 화두로 뭘 삼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야인으로 살면서 후학을 양성한 공로가 크지만, 또 다른 선비들은 과거시험에 목숨 거는 형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누군가는 횃불을 들고 어둠을 밝혀 길을 앞서 나가는 이 시대의 선구자는 누구일까?
영상관에 들러 17세기와 21세기를 왔다가는 깜빡 조는 바람에 영상물 상영이 끝나고 줄지어 파란 잔디에 잘 조경된 틈새 조각품들의 형상을 감상하면서 노적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어느 시인이 노래한 윤 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눈먼 처녀는 문설주에 기대어 귀대고 있다는 슬픈 처녀 사를 읇조렸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송홧가루가 마치 축포처럼 터지는 등산로를 따라서 손에 손잡고 이동을 한다.
잠시 쉬는 자리. 시간이 좀 여유가 있다면 예전처럼 장기자랑이라도 했으련만 숨겨진 그 좋은 실력을 보지 못하고 간식을 먹고 하산을 한다. 시원하게 쏫아 지는 인공폭포의 장엄한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 찰영을 남기고 이동을 하면서 시간을 거슬러 이제야 기억의 실타래를 찾아낸 친구들이 호들갑스럽게 얼싸안고 인사를 한다. 그래 작년에 만났지! 또 그 전에도 그 전에도……
남일이 와의 대화에 끼어든 전문가들. 자신의 주특기를 알아주는 인물님을 못 만난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이 스포츠 해설이 이어진다. 국내 프로 축구부터 시작해서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는 프리미어 선수들의 프로필이 나열되더니 분데스리그와 프랑스리그 이어지는 해설은 적당히 축구를 좋아한다는 사람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전문가 수준이다. 그래 사신을 알아주는 임자를 만났다 이거지!
줄 서서 들어가 코스로 칼국수를 먹고, 마지막 만두와 수정과까지 들고 다음 코스로 식물원에 들러 정성 들여 가꾼 열대 관부터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고 대기하던 시간에, 아까 못다한 야구선수의 언더슬로 모션으로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면, 이번에는 타자석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모션과 손을 이마에 얹고 저 멀리 상상의 장외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흉내를 내면서 또 한 번의 왁자한 놀이 마당이 된다. 인간의 본성은 순수한 것. 그 착한 우리 남일이 에게도 요정처럼 생긴 예쁜 피앙새가 안겨올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시 또 만날 그날을 위해 매일을 최선을 다해왔던 것처럼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맑고 푸른 5월의 창공처럼 가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