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광덕산

no pain no gain 2009. 7. 6. 16:56

광덕산 멧돼지는 등산로로 다닌다.

 

몇 일 전부터 기초체력을 다진다고 모래주머니차고 산행 연습을 하던 마나님께서는 어느 날 장염이 걸렸다고 쓰러지셨다. 펄펄 끓는 열. 이 더운 여름에 이불까지 겹쳐 덮고는 춥다고 웅숭거린다. 애고 불쌍한지고!

 

토요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독서를 하다가 슬슬 졸음이 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던 찰나에 친구로부터 전화. 족구 한 게임 하잖다. 일년에 한 번 얼굴 볼까 말까 한 친구 이참에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OK. 가방을 들고 나갔는데, 여우고개 언저리에 마침한 족구장이있어 규모는 작아도 그물로 둘러쳐진 구장에서 시작된 족구. 1 ~2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족구를 무려 저녁까지 이어지고, 게임도중 공이 언덕위로 올라가서 그걸 내린다고 그물 타고 올랐다가 오래된 축구화가 분리독립을 선언하는 바람에 망가진 밑창에 게임이 잘 될 리가 없다.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친구가 바래다 줘서 집에 도착 샤워하면서 보니 안 쓰던 근육을 움직여서인지 다리와 엉덩이가 뻐근하다.

 

딸네미가 집에 와있어 등산을 접어두고 대화나 나눌 요량으로 백운계곡에 가자 했는데 싫다고 한다. 그래서 장염으로 고생하는 마나님과 계곡 물가에서 쉬기로 하고 출발. 버스는 다음달 전역을 기다리는 아들이 근무하는 백학교 옆을 지나 포천으로 가면서 상두씨의 30여년전 군 생활 비 포장도로와 유격장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만 해도 오지중의 오지라. 물 맑고 산 깊어 심심산천에 청경지수가 흐르던 곳. 어느 세월에 이렇게 도시화가 되고 포장이 깔려있는지 세월이 무심하다고 하면서 도착한 고갯마루.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장터가 됐지?

 

산행시작.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는데, 대퇴이두근과 대둔근의 짜릿한 통증. ! 어제 족구. 그 후유증으로 한발한발이 조심스럽다. 방법이 없다. 근육에 온도가 올라 완전한 스트레칭이 될 때까지 조심스럽게 천천히 가는 수 밖에.

가다 쉬다. 좀 빨리 걷다를 반복하면서 중간 휴게지점에 땀을 흠뻑 적시고 도착. 잠시 쉬었다 다시 출발을 하니 훨씬 부드럽다. 8~9부 능선에서 이어지던 길에는 낙엽은 쌓여서 길을 덮었고, 언제 비가 내렸는지 습기를 머금고 있어 먼지는 나지 않아서 좋지만, 한 편으로는 운석으로 이루어진 지질 때문에 자칫하면 쭉 미끄러져서 넘어지기 십상이다.

 

군데군데 파 헤쳐진 멧돼지의 먹이사냥으로 등산로 주변을 파 놓은 것은 알겠는데, 이들의 습성으로 영역표시(?)까지 해 놓는 통에 자세하게 보니 온 가족을 데리고 다닌 흔적을 아주 진하게 남겨 놓았다. 멧돼지들이 야행성인지라 주간 산행 자들은 마주칠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혹여 운악산으로 쭉 이어지는 종주길이라 야간 등반 하시는 분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후미의 꼬마손님들이 올 때를 기다리는 동안 기상관측소를 다녀오는데, 고객만족 1위라고 써놨으나 일기예보는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하산 길로 접어든다.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울창한 숲의 진한 향기와 뒤로 한껏 젖혀진 참나리의 붉은 꽃과 긴 까치수염의 흰 꽃이 끊어질 때쯤이면 무리 지어 피어있는 싸리 꽃 향연으로 팔 소매를 스치면서, 산객들이 별로 찾지 않는 호젓한 산길임을 바짓가랑이에 부딪히는 풀잎을 보면서 알 수 있다. 능선 꺾어진 곳에 멈춰 서서 바라본 그곳에는 두 개의 바위에 뾰족이 내민 입술을 닮은 부부바위인지 연인 바위인지 모를 기묘한 형태의 모습에 한번씩 웃음짓고 돌아선다.

 

가닥 멈춰서 숨겨진 산딸기도 따 먹는 묘미도 있고, 길지 않은 일행들이 모여서 다시 가고 하면서 백운계곡을 찾아간다.

 

하산 후. 물가에 자리잡은 식당에서 집행부의 노고로 파전과 메밀묵무침에 어우러지던 시원한 목 넘김의 이동 막걸리는 캬! 가히 일품 이로소이다!

자리에 끼어 같이 먹던 민물고기 매운탕 그 절묘한 맛에 어릴 적 고향 생각이 절로 나게 끔 오래 전 시간을 되돌아보는 미각의 추억을 찾아가는 향수를 느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물고기를 잡아본 적이 없는 애들과 물속에 들어가 족대로 피리 몰며 건져 올린 몇 마리에 모두가 즐거워하며 파안대소의 흥겨움이 산에서 흘리던 그 땀을 보상이나 해 주는 듯 하다. 나올 때 모두 다 방생하고 잘 자라주기를 당부하고 돌아서는 발길에 서둘러서 귀가 길에 오른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지리산 다녀온 이야기  (0) 2010.11.17
팔공산 동봉에 서면   (0) 2009.09.07
봉사활동  (0) 2009.06.05
소백산  (0) 2009.04.16
속리산  (0) 2009.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