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해명산 능선에는 소사나무 있다.
출발시간이 빠르지 않은 탓에 약간의 게으름을 피우고 준비해서 나선 길. 서인천 가정 오거리로 해서 해안도로를 타고 막힘 없이 달리는 상쾌한 아침이다.
청라 연구소 부근부터 이어지던 황금 들녘의 모자이크가 바람에 일렁일 때마다 먹지 않아도 풍요를 안겨 줄 만큼의 넉넉함이 가득 합니다.
초지대교를 건너 막힘 없이 달리던 강화도 길을 따라 잠깐인 듯싶었는데, 포구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맑은 공기를 마시려고 심호흡을 하고 나서 바다 건너 석모도의 모습이 흐린 듯 한 하늘에도 바로 앞으로 펼쳐져 보인다.
어느 님이 던져 준 과자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저공비행으로 선회하는 갈매기들의 군상을 보면서, 삶의 치열한 생존방식을 이렇듯 쉽게 바꿔 놓은 인간들의 무지가 한 편 아쉽기만 하다. 더 멀리 보기 위해서 더 높이 날기 위한 갈매기 조나단의 몸집 줄이기에서 시사하는 바는, 나라가 풍요로워져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고, 편하고 쉬운 일만 쫓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생존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먹이 사냥을 나가야 하는 갈매기들의 위험하고도 처절한 일상을 자나가는 관광객들의 손에서 뿌려지는 몇 개의 과자부스러기와 횟집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생선찌꺼기 들에 맞겨져 몸집은 점점 거대하게 비대해져서 언젠가는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의 새처럼 되는 날이 오고, 인간처럼 갈매기도 비만이 지나쳐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성인병이 걸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나만의 기우일까?
배에 실린 버스에서 시동도 끄지 않은 채 10 분만에 도착한 석모도. 잠깐 만에 전득이 고개에 내려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10시. 계획대로 라면 3시간여 산행 후에는 보문사에 도착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산길. 너무 고도의 훈련이 됐나? 지나가면서 농담 삼아 이런 산길이라면 포스트 몇 개쯤 감춰 두고 OL 대회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누면서 빠르지 않은 산행이 이어진다.
여기서 빠르지 않다는 뜻은 산악회 명물 3인 방이 선두에서 산행이 시작될 때, 마치 그 빠르기가 산악구보를 하듯 빨치산도 연수 받아야 할 정도의 실력을 잦춘 산 사나이들의 속도를 말 함인데, 그 분들은 지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마디히말 산행을 위해 네파로 떠났다.
무사히 정상등반에 성공하고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이 한결 같습니다.
초임을 지나 능선을 타고 가면서 보니 분재에 입문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분 정도 가지고 있을 소사나무들이 말 그대로 자연산으로 쭉쭉 뻗은 상태로 자라 군락을 이뤄, 인간의 뜻에 따라 잘려지고,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고행의 상태가 아닌 자연 목으로써의 그 폼 나는 자태가 더러 섞여있는 철쭉과 참나무 등과 어울려 끝도 없이 이어진다.
옛 어른들의 말씀 중에 직업을 선택해도 부가 쌓이는 직업이 따로 있다고 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목수와 이발사처럼 무언가를 깎아 내는 직업은 부와 재물을 쌓는 인간의 순리에 역행해서 부자가 못되고, 무언가를 쌓는 직업을 갖는 토수 같은 붙이는 직업은 부자로 산다는 말을 상구 형과 나누면서,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빨라서 중간쯤에 쉬어가는 길목에 간식을 꺼내 놓고 과일을 나눠 먹는다. 큰 가방을 메고 온 현경씨. 무얼 그리 많은 걸 싸가지고 다닐까?
해명산(309m)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가는 길.
이름에서 그러하듯이 해망산이란 뜻이 어느 3개의 산 봉오리에서 던지,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산이라는 것. 산 아래를 보니 섬과 섬 사이를 간척으로 이어 논을 만들고 서로 통하는 길이 된 사연은 일제 침탈 때 막강한 부와 힘과 권력을 거머진 일인들이 싼 노임에 혹사시킨 한민족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농토. 일인들은 조선식민지배를 최소한 200년에서 300년 정도 할 것으로 예상하고 모든 사업을 벌였다는데, 현실로 돌아와서 한국의 땅이 된 농토가 뉴라트식으로 해석한다면 일본이 우리에게 남겨 준 그 땅을 감사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덧붙이는 것이리라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다면 저 멀리 갈 수 없는 나라까지 훤히 잘 보이는 추억의 산행이 되었으련만,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비치지 않았으니 보다 덜 더운 한결 가뿐한 걸음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혹여 지나칠지 모르는 일행을 위해 지키고 선 이상길 직장님의 안내로 보문사 쪽으로 방향을 잡아 좌우로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물 빠진 개펄의 주름진 모습에도 즐거워하며, 보문사 능선에 도착.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석불을 보고 계단을 타고 내려와 절 마당 여기저기를 구경도 하고, 천년 넘은 고찰의 향기를 맡으며 석실의 불상도 보고, 앞으로 천년 정도 흐른다면 다보탑과 견줄만한 아름다운 석탑은 어느 부처 상이 좌우에 보살을 거느리고, 108동자상이 마치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위치로 배열해 놓은 듯한 모양도 보고, 경전을 넣고 천천히 세 바퀴를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다고 하는 윤장대도 돌고,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다 이뤄 줄려면 부처님께옵서 무지하게 바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소를 자아낸다.
일주문을 향해 내려서면서 소설 만다라의 한 대목이 생각 난다.
‘영원히 날지 않을 것처럼 두 다리를 딛고 서서, 시간과 공간은 외면한 채, 날개를 파닥이길 거부하는 완강한 부동의 자세로 날아야 한다는 자신의 의무는 포기하고 있는......”
나도 무리 중의 하나를 이뤘겠지만, 장터 같은 복잡한 사람들의 군상 속에서 그 무엇을 소원하고자 이렇듯 많은 분들의 발길이 이렇게 이어지는지?
전망이 좋은 집(?) 식당에 모여 안전하게 산행을 마친 후일담을 나누면서 식사와 함께 대추가 동동 떠다니던 쌀 막걸리의 그 달착지근하던 뒷맛이, 해명산을 걸으면서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답을 구하던 득도의 길인 냥 생각되어 버스에 올라 다시 돌아오는 귀로의 바쁜 일상으로 섞이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차량의 기나긴 행렬의 끝에 서서 배를 기다린다.
외포리에 도착.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에 배를 놓쳐 기다리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모두들 유쾌하게 수확을 기다리는 강화의 가을 들녘에 펼쳐진 풍성함을 보면서, 온 가족들이 모여 속 노랑 고구마 캐는 일손을 보면서 하루 해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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