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백령도를 다녀왔습니다.
희뿌연 안개를 만나 배 떠난다는 07:10에서 08:00로 연기하고 기다린다는 것의 의미를 새기고 심심해서 외곽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며, 비를 맞으면서 이리저리 헤 메일 때 한 편에서는 놀면 뭐해 하면서 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술판이 벌어진다.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한다는 백령도를 간다는데, 쉽게 가면 재미 없겠지!
울릉도와 홍도를 갈 때 엄청 고생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 내무장관께서는 멀미 약부터 챙기는 센스(?)를 보이고 터미널 약사는 한 술 더 떠서 왕복 2회분의 약을 판다. 갈 때 한 번, 올 때 한 번. 그렇지 상술이 좋다.
마린브릿지 호를 타고 안개 속을 헤치면서 희뿌연 미지의 바다를 거침없는 속도로 달린다. 비는 조금 내리지만 파도가 잔잔하니 마치 순풍에 돗단듯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질주를 한다. 타는 시간이 길다 보니 TV에 눈을 줬다가 선미에 나가 부서지는 포말을 보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해서 얼마쯤 지났을까 한 두 마리 갈매기가 나는 것을 보니 소청도가 가까워 졌나 보다.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 버스에 오르니 이건 뭐야! 진작에 베트남으로 수출되었어야 할 버스가 아직도 백령도에서 헤매고 있다니!
한 참 내부공사가 진행중인 풀 냄새가 가득한 숙소에 도착. 상치 쌈으로 식사를 마치고 천연 비행장으로 썼다는 사곶 해변으로 가서 그 단단한 모래밭을 걸으면서 파도에 떠 밀려와 사투를 벌이고 늘어져 있는 그 숱한 불가사리들의 사체를 보면서,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한다.
모래밭을 달리는 벗 속에서 물기가 마르면서 피어 오르는 물 안개가 가득한 저편은 희뿌옇게 잠겨있어 상상력이 풍부한 감독이라면 안개 속에 감춰진 비행기와 관련된 영화 한 편 시나리오로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용기포로 이동해서 등대를 보러 간다고 해서 올라가니 자연의 풀 냄새 가득한 숲 길로 들어 잠시 걷다가 철조망으로 등대 가는 길은 막아놓고, 바닷가 해변으로 내려가서 동굴처럼 뚫어진 바위에서 기념사진도 남기고, 다시마가 철석 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머리 풀어 춤을 추는 미끄러운 돌 밭 사이를 다니다가 손바닥 반 만한 꽃게가 터줏대감처럼 남아있어 잡아서 사진 한 장 남기려고 하니 게발을 들고 사투를 벌이는 바람에 포기 하고 뒤 돌아서 올라오다 예전에 사용 했음 직한 초소에 들러 보고 내려선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면서 장씨들만 95%가 모여 산다는 집성 촌이 ‘장촌’ 이라부른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서있는 바위가 마치 장군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두무진에 도착. 배를 타고 명승 8호로 이름 지어진 기암 괴석의 절경을 유람한다.
선대 암에서 시작해서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 바위, 잠수함바위, 절벽 면으로 이어지던 그 해안선의 정경위에 어느 바위 하나는 서있는 모양이 위태로워서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마치 떨어질듯한 모습으로 올라서 있다. 언제 떨어지려나?
배에서 내려 주어진 시간에 배타고 보지 못했던 선대암 바위 군을 뒷모습으로 보면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올라 누군지 모르지만 유명한 화가가 그려서 새겼다는 용틀임하는 모습의 통일 기념비도 보고 해가 지기 전에 내려서 북적 이는 횟집 거리를 지나 숙소로 간다.
숙소에서 준비된 생선회와 반주를 한 잔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상구형 내외분과 함께 시내 산책을 나가 한 바퀴 돌고 들어와서 신입사원 시절부터 잘 알고 있는 후배들과 한 반 뒤 풀이를 나누는 게 길어져서 별을 헤매다가 잠이 드는 바람에 축구 시합 하는 것도 보지 못하고 밤이 깊어만 갔습니다.
더욱 낮아진 기업으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아카시아 진한 향내에 묻혀 노란 색을 물들인 듯한 유채꽃 군상을 지나면서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들의 춤사위 군무도 감상하고 이제 막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유난히도 갈매기들이 많아서 바다에서 있어야 할 갈매기 들의 근무지가 바뀐 것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고봉 포구에 자리한 사자바위를 관람하러 가는데, 예전에는 이구아나라는 동물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등 줄기에 일어선 갈기하며 모두가 이구아나가 맞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오래 되었다는 중화동 교회를 거쳐 맨 발로 걷기 좋다는 콩 돌 해안에 도착. 해당화 핀 언덕을 올라서 아스라하게 펼쳐진 해안을 맨발로 걷다가 발바닥이 아파서 잠시 쉬다가 앉아 보니까 철석 이는 파도에 좌르르 거리는 돌들이 물에 젖어 반짝이는 모습들이 마치 옛 친구들의 얼굴 하나 하나가 떠오르는 듯하여 잠시 생각에 잠긴다.
바닷가 해변에 누워 하늘을 보니 몰려오는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하여 버스로 가는 도중 납작하게 엎드려 뿌리 내린 나무가 노무도 멋진 모습입니다.
콩 돌 하나마다 사연을 담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돌아설 즈음 우르릉 꽝꽝 하면서 내리는 비. 버스로 이동하면서 백령도 담수호를 지날 즈음에 화동 유채꽃 단지가 길게 길게 이어져 있다.
심청각을 찾아가는 길.
건너편 장산 곶이 보이는 언덕 위에 인당수를 내려보는 심청각을 지었다고 했으나, 갤갤 거리면서 올라가는 버스도 그렇거니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벼락과 천둥을 치면서 내리 퍼 붓는 비에 들어서자마자 벼락이 잘 떨어지는 관리인의 설명과 함께 나가라고 해서 청이 누나의 그 고운 자태도 보지 못하고 서둘러서 나오는데, 붉은 빛 해당화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얀 연꽃의 화신인지 흰 빛의 해당화가 비 속에서 곱게 피어있는 것을 보고 청이 누나가 나를 잊지 않았구나 하는 미소를 진다.
돌아 나오는 길에 특산품 가게에 들러 쇼핑을 하는데, 청정지역 환상의 섬이라는 타이틀은 거창하지만, 정령 경쟁력 있는 백령도의 특산품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고 우리는 인천을 향한 항구로 온다.
기획하고 진행을 하느라 고생하신 상임 진들의 노고는 알겠지만, 너무 매끄러운 경험만을 해서인지 더러는 조금 아쉬운 2%가 그 무엇이었던가를 다시 한 본 생각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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