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의상대와 공주봉 사이에는 칼 바람이 불었다.
등산을 즐겨 다니지만 온 몸의 근육을 자극하는 데는 약간의 미흡함이 있어 토요일 헬스클럽에서 2시간여 웨이트를 하고 난 뒤라 상체의 뻐근함을 내심 즐기면서 소요산으로 향한다.
한강을 건너는 즈음에서 얼어오는 유리창 너머 비치는 태양의 빛은 온통 황금 빛으로 물들인 수면위로 움츠린 겨울 철새들이 점점이 떠 있다.
예전에 사진하러 다닐 때 더러 소요산을 다녀간 적이 있었지만, 그땐 찰나에 떨어지는 시선을 잡느라 무거웠던 카메라 장비에 얽힌 추억만 있을 뿐, 산 능선을 휘돌아 종주하는 풍미는 없었다.
산림욕장 입구에서 가벼운 몸풀기로 시작된 산행. 가장 춥다는 날. 얼마쯤 걸어서 팔각정을 지나서 급하지 않은 산행. 배종화 고문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진행을 하다 보니 후미가 되었다.
등산의 참 의미는 뭘까? 산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추억과 건강을 추구하지만 지나간 흔적에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것!
북 사면 경사진 그늘 막에는 잔설이 희끗하게 남아 눈길이 가지만, 메인 능선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낙엽도 썩지 않아서 푸 석이는 먼지가 지나가는 나그네의 바지 가랑이마다 통행증 인 냥 표식을 남긴다.
먹쟁이 골 갈림길을 지나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가는 길목에 정상에 외로운 묘지 하나. 여기 이 곳에 잠들어있는 고인은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비문에는 고손까지 적혀있다. 다복하신 분이구나.
칼바위 가는 능선길은 바위 하나마다 사면은 마치 잘 드는 칼로 잘라낸 듯 한 면판이 유리제조에 원료로 쓰이는 석영들이 산을 뒤 덮고 있다.
땀이 나서 흠뻑 젖고 목이 말라 물로 축이면서 잠시 쉬어갈 량이면 어디서 불어오는 칼바람인지 귀를 에어가는 섬뜩함이 느껴지고, 바위 사이마다 얼어붙은 지면은 흙먼지에 살짝 덮여있어 자칫하면 미끄러지는 소리가 위협처럼 들린다.
선녀탕 갈림길을 지날 즈음해서 앞서가던 이방인이 뒤에서 온다. 아니 선두그룹이 어찌된 일?
소요산 의상대에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하기도 하지만, 안전 철책을 쳐서 산행을 돕는다. 의상대(587m. N 37’ 56” E 127’ 05”)에서 서측에 보이는 공주봉을 바라보면서 전설을 생각해 본다. 의상대사도 진골출신으로 백제의 전쟁에 참가하고 문무왕의 딸 요석공주가 백제와의 전쟁에서 미망인으로 남은 것을 기화로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설총을 낳고, 의상대사는 파계가 되어 전국 산천을 떠돌아 다니다 당나라 유학 길에 목이 말라 마신 물이 해골에 고인 깨달음을 얻었다는 놀라운 이야기 이지만, 정작 신라 땅을 벗어난 적이 없는 의상대사의 일생이고 보면 후일 제자들이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는 전연 진실과 동 떨어진 이야기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속세는 아닐련지요?
공주봉 가는 길에 놓여진 바위 틈에 자라는 노송 한 그루.
나무가 자라면서 비위를 붙들었는지? 아니면 떨어지는 바위가 나무에 매달렸는지? 얽혀있는 둘의 관계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있어야 하는 고통인 ‘애별이고’의 전형이 마치 의상봉과 공주봉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모습은 아닐까 합니다.
공주봉을 거쳐 전망대에서 모두는 아니지만 기념사진을 남기고 하산 길.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이지만 급하게 이어지는 경사로가 심해서 자칫하면 굴러가는 돌마냥 내려가기 십상이다.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총회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고 선발대에서 수고해주신 덕분에 맛있는 전골과 곁들여진 막걸리에 무르익은 분위기는 일년을 결산하고 겸허하게 민의를 수렴해서 내일을 향한 힘찬 도약의 디딤돌이 되어 김창록고문님의 말씀처럼 하나로 뭉쳐 열심히 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우리의 난관은 없을 것이란 뜻에 공감합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개인의 건강을 탄탄하게 유지해서 어깨동무하고 아무리 높고 험한 산 일지라도 대악의 깃발이 넘지 못할 게 없으리란 말로 마감할까 합니다.
모범상의 영예를 안겨 주신 님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더욱 열심히 산행하라는 질책으로 받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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