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못다 이룬 사랑을 찾아서 간 연인산
전설 같은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진 연인산의 내력은 대략 이렇다.
길수와 소정이 서로 다른 신분으로 숯 장사와 흉년에 빌려먹은 쌀 때문에 김찬판댁 종 노릇을 하는 소정의 관계가 서로 외로운 처지에 만나 사랑의 감정이 싹터 모정의 기회로 서로 혼인 하기로 약속을 하고, 김참판은 길수의 숯 가마터를 내놓을 것인지? 조 일백 가마를 갚을 것인지라는 선택으로 고민하던 중. 산 정상에 있는 분지에서 아홉 마지기의 땅을 일궈 빚을 탕감하기에 이르렀는데, 김참판의 계락에 말려 역적의 자식으로 누명을 쓰고 포졸들에게 쫓기다 조 밭에서 타 죽는 신세가 되고, 그 후 마을사람들이 올라가 보니, 죽은 자리에는 신발 두 켤레만 나란히 놓여있고 그 자리에는 철쭉나무와 얼레지가 불에 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았다는 연인산의 못다 이룬 사랑의 슬픈 이야기다.
전날 소래산 단합대회를 하기 위해 출발을 하는데, 정상 오이아줌마용 배낭을 메고 다녀온 터여서 준비 운동은 충분히 되었으리라는 생각으로 새벽부터 서둘러서 김포 톨게이트를 지나 새로 난 외곽 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가평으로 간다.
지방도로 들어서면서부터 산세를 보니 아뿔사 아침에 필요 없을 듯해서 빼 놓고 온 아이젠과 스팻츠가 아쉽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차해서 1킬로쯤 걸어서 백둔리 입구에서 오늘의 산행 목적 중의 하나인 산불예방 캠페인을 하자고 선언을 하고, 깃발 하나 꼽고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연인사의 북벽능선인 소망을 따라 간다.
그러나 소망치고는 헛물을 켠 건지 처음부터 눈 밭에 미끄러지는 품세가 예사롭지 않아 차라리 발길을 되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가평의 유명세만큼이나 산을 뒤 덮은 잣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어느 청솔모가 먹다 버려 둔 것인지 잣송이 하나 주워 깨물어 보니 더러는 이른 춘 사월 송홧가루가 덜 날렸나? 화수분의 수정이 안된 빈 탕이 많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냥 가기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고소한 잣 향기가 입안 가득 베이는 관계로 마나님과 사이 좋게 나누어 먹는다.
높은 산. 반쯤 얼고 반쯤 녹은 길은 앞서간 님들의 흔적으로 빙판 져 사면의 얼음 길은 마치 무대 위에서 어울리지 않은 신발을 신고 춤을 추는 피에로처럼 한번 미 끌리면 몇 번씩 그 자리에서 제자리 걸음을 한다. 이유는 넘어지지 않을 거야! 하고 오기로 버티는 기지요. 더러는 아직 지나가지 않은 곳에 럿셀을 하면서 신발을 타고 들어온 눈이 시원한 감이 들어도 덜 미 끌린다는 이유 하나로 양말이 젖어도 좋다고 가파른 경사로를 오른다.
가다 보니 신태수 자문위원과 함께 가는 길손이 된지라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경험담을 나누면서 가다 보니 사모님은 언제 축지법을 연마했나? 훨씬 앞서가고 꽁무니도 안 보인다.
자꾸만 미 끌리는 모습이 안되 보였던지 이세은 차장이 짚고 가던 스틱을 건넨다. 아니면 어디 지팡이라도 할 만한 떨어진 나뭇가지라도 없나 하고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가파른 경사면에 쌓인 눈과 스틱을 짚고 줄을 잡고 올라가니 한결 나았다.
봄철 연인 능선으로 오른다면 드넓은 등산로에 좌우로 펼쳐진 풍광을 감상하면서 멋스러운 홍송의 아름다운 자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스인데, 이번 코스는 반대쪽 인지라 꽃 피고 새우는 봄 날 다시 한번 간다면 더욱 좋으리라는 생각만으로 어느덧 올라선 능선 길.
이제는 햇살에 녹아 흐르는 물길이 철벅 이면서 진행을 방해 한다. 아마도 우리님들 바짓가랑이깨나 지 저분 해지지 않았을까?
전망이 터진 자리에서 둘러보니 선연하지는 않지만 작년에 갔던 운악산도 보이고 정상 부근에는 전나무를 심어서 내일을 대비하는 지혜도 옅보인다.
연인산 정상에 도착. 기념사진도 남기고 유명한 잣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마일리 방면으로 하산하는데, 배낭에 꽂아둔 산불예방 캠페인 깃발이 바람결에 펄럭이는 소리가 오늘의 산행을 더욱 의미 있게 한다.
마치 목초지처럼 전설 속에 등장하는 연인 샘의 마르지 않는 영원한 사랑처럼 여기 다녀가신 모든 연인들의 앞길에 충만한 사랑이 가득 넘쳐서 흐르기를 기원하면서 어느 날 조조의 백만 대군이라도 지나갔는지 넓게 깎아서 마치 십열 종대로 행진을 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한 넓은 등산로를 내려서는데, 속은 얼어있고 겉만 녹아서 자칫 내려서는 길에 한 발짝이라도 잘못 딛는 다면 주욱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어서 오늘의 산행은 넘어지지 않기가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내려가다 만난 인천 사람들은 우리가 가는 길로 등산을 하려 했는데 너무 눈이 많고 미끄러워서 차를 마일리 쪽으로 돌려 반대쪽으로 산행을 하는 중이라 한다. 역시 GM대우 대악 산악회는 유격대 수준이라니까 하면서 웃음 한 번 날리고 계곡 에 접어들어 너덜 길을 타고 내려 선다.
산세를 뒤 덮은 계곡 우거진 넝쿨들은 아직 잎새는 피어나지 않았지만, 다래넝쿨이 가로세로로 얽혀서 봄철이면 다래 순 정도는 지천에 널려 있겠구나 싶고, 맑다 못해 투명하게 비추는 계곡 물 웅덩이 속에는 아마도 지금은 추워서 그렇지 개구리가 터줏대감 노릇께나 하겠다고 이야기를 남기고 왔다.
연인 산에는 우정, 장수, 소망, 청풍의 등산로와 용추구곡이라는 계곡길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연인들은 연인 코스로 손을 잡고 한번 더 다녀 가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마일리 주차장에 도착 도시락을 받아서 계곡으로 내려가 풍광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면서 오늘의 산행이 모두의 도움으로 한 명도 안전사고 없이 무사하게 다녀온 것에 대한 감사를 드리면서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신발을 벗고 보니 엄지 발가락 앞 쪽은 왜 이렇게도 아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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