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에 꽃 비가 내리는 환몽에 잠기다
오늘도 여전하게 뜨거운 태양은 가슴 속에 이글거리는 열정만큼이나 화려하게 달아오르는 시작의 정점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본 일출은 이제 붉은듯 파란색 새순 속에 작은 조막손처럼 흔들리던 포플러 나무 이파리들의 근영 너머로 한아름 보다 더 큰 붉디 붉은 해가 눈이 부시지 않은 정도의 보기 좋은 일출을 새로운 하루의 기분 좋은 일정을 예고라도 하듯이 주춤거리며 떠오르는 모습은 마치 마음 속에 숨겨둔 오래된 연인의 모습 만큼이나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지난 번 출장 길에서 진주에서 통영까지 쭉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에서 식사를 하고, 메뉴 중에는 좀 특이한 멍게비빔밥이란 게 있었는데, 처음 보는 음식이고 해서 선입견에 비린내가 물씬 풍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섯불리 신청하지 못하고 해물탕을 먹고 말았습니다. 지나가면서 보니까 거제의 여러 식당에서도 멍게가 특산인지 곳곳에 그런 메뉴를 내어 걸은 음식점이 많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다음 기회가 된다면 신청해서 먹어 보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많은 음식점에서 메뉴로 내 걸었다면 여러 가지로 그 독특한 또 다른 맛을 향유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거제 대교를 거쳐서 온통 가로수를 동백나무로 심어둔 거리를 지나면서 섬 자체가 천연의 청정바다를 낀 자연의 나라라는 걸 알지만, 역시 거제의 푸르름은 그 어느 곳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듯이 보였습니다
구불구불 돌아서 산길을 돌아 고개를 넘어서니 끝 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에 어우러진 동백나무 천연림이 남도 특유의 따듯한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상록림의 그 풋풋한 내음새는 뭐라 표현 하기가 딱히 어려운......그냥 아! 하는 짧은 탄성 하나로 대신 할 수 있는 절묘한 조화로움의 극치였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바다에 도착한 해금강.
그 짭조름하면서도 약간 비릿한 냄새가 선착장 포구를 감싸 앉아 주변에 날아 오르는 몇몇의 갈매기와 함께 철썩이는 파도에 몸을 맞긴채 해안선 바위를 따라 죽 늘어선듯이 자라나는 자연산 톳과 무질서 한 듯이 보이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은 따개비와 아직 크지 못한 홍합의 그 작은 새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산들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상큼함까지 더한 그 정경은 여행철도 아닌 붐비는 사람도 없는 그 한적한 해안가의 정적 속에 마치 한 폭의 주인공처럼 보이던 그 정지된 시간은 지금도 손끝에서 바다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 속에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바다 전망이 좋은 곳에 등대 하나 세워 놓고 산책길을 만들어서 지나가는 길손을 머물게 하는 작은 바위섬에서도 그렇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었다는 설명이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 할 만한 그런 해안선이 동백나무 천연림과 푸르른 상록수들의 그 반짝이는 잎새들은, 방금 목욕을 마치고 화장하지 않은 새색시의 앳된 얼굴마냥 상기되는 그런 아름다움이 배어었었으며, 몽돌 해수욕장까지 이어져 기분은 그야말로 정점을 향한 듯한 모습이 선연합니다.
서둘러서 빠져 나와 진주를 향해 가면서 해가 지기 전에 도착 한다면 석양의 햇살에 물들어 가는 촉석루의 황혼에 잠기는 모습이나마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진주 성을 찾아 고색창연한 고고함으로 착 가라앉은 성벽을 따라 줄지어 선 느티나무의 고태 미에 역사의 흔적을 느끼면서, 논개 사당의 그 정갈하던 모습을 감상하고,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시민공원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는 그 공원길을 따라가고픈 생각이 있었지만, 저물 녘의 촉석루 처마에 걸린 석양빛을 감상하면서, 이병주님의 "지리산" 속에 소개된 진주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봄의 예찬 같은 것은 이미 역사의 저 뒤 안 길로 사라져 버리고 없었음을 아쉬워할 뿐입니다.
남강이 보이는 창가의 방에 자리를 잡고 바라보는 밤이 깊어가는 창 밖의 풍경이야 그 쓸쓸한 외로움 같은 것은 뭐라 말로 표현할만한 마땅한 상대가 없어 책을 보면서 시간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은 계양산 숲 길.
등산을 즐기는 인파도 많거니와 친한 분 들 끼리 모여서 쉬어가며 한담을 나누던 그 소나무 숲 길은, 언제 어느 순간에 골프장으로 변해버려서 고향을 찾아가도 갈 곳이 없는 이방처럼 되어버릴 날처럼 될 것이란 예감이 그리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듯 한 마음은 좀 아쉬움이 남는 그런 대목입니다.
돌아서 가던 길에 자그마한 언덕 깊은 천연림처럼 자리한 작은 쉼터.
소롯길 구비 돌아가는 길목이어서 한 사람만 지나가도 길가에 선 나무들이 친구하자고 붇잡는 듯한 그 작은 길가에 잠시 쉬면서 하늘을 올려보니,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 썩어가는 나무들의 잔해인 촉습한 냄새와, 어린 들풀들의 여린 꽃 잎과, 밝은 한 낮의 오후임에도 어둑한 그림자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꽃 비의 노래들은 온통 숲을 감싸고 돌았음을 가슴으로 적셔옴을 부인하지 못할 흥취였습니다.
어디 세상이 밤에만 아름다운지요?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며 세상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 충만한 그런 내일을 설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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