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있어요.
언젠가 계양산 봄 나들이를 갔다가 여기 저기 들러보면서 새로 막 피어난 초록의 향연에 흠뻑 빠졌다가 여기저기서 무더기로 피어나 있던 들꽃들의 향기에 취해서 발길 닿는 대로 내려선 산 언저리 어디쯤에서 한 무더기 무리지어 피어있는 할미꽃을 봤어요.
누군가 무질서 하게 심어 놓은 것도 아닐텐데, 한 발 한 발 내 딪는 걸음조차 조심스럽게 만들던 그 할미꽃들의 동산에서 어릴적 할머니 산소 그 언저리에 피어나던 그런 아련한 향수를 느꼈지요.
이렇듯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화창하게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다소곳하게 고개 숙이고 피어나던 소녀의 청순하던 모습처럼 보라빛 솜털 가득 머금은 할미꽃이 그려지곤 합니다.
작은 우산을 쓰고 비 포장된 시골길을 걸어가는 작은 영상으로 피어오르던 어린시절의 그 낡은 필름 화상들은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아 뭉클거리는 봄비의 추억 속으로 걸어가는 착각 속에 오늘도 창 밖을 보면서 즐거웠던 날들의 회상에 잠깁니다.
지난 주에는 출장 길에 남는 시간을 내서 부산의 태종대를 찾아갔지요.
오래 전에 다녀왔던 기억 만으로 다시 찾아갔지만, 옛 날 그려지던 풍경은 철석이던 바다 빼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새로 디자인 된 포장 도로 하며, 잘 가꿔진 자연의 숲 길들이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던 순환열차 하며, 보이는 많은 것들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태종대의 순환도로를 우산을 쓰고 호젖하게 걸어서 산책을 하며 돌아봤지요.
길 잃은 어느 님을 향해 손짓하는 표정으로 의연하게 서 있던 하얀 등대의 빨간 테두리와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보인다는 전망대와 깍아지른 절벽위에 세워진 자살바위 위에 세워진 휴게소에서 지친 걸음을 잠시 쉬기도 하고, 비가 내려 더욱 유혹 적으로 풍기는 커피의 진한 향기와 함께 어우러진 빗소리 행진곡이 떠올라 잠시 명상에 젖기도 했고요, 마지막으로 돌아나오는 길에 바닷가로 내려서 쉬임없이 부딪치고 하소연하며 매어 달리는 심정으로 몰아치던 그 파도 소리는 내려가는 물길에 휩쓸리는 자갈들의 즐거웠음직한 비명소리가 하나의 화음으로 조화된 자갈마당에서, 누군가와의 함께 가는 길어었다면 더욱 아름다운 길이 었을 것이란 미련으로 남는 아쉬움도 남는 그런 날이었지요.
나그네 마음이 어디 한 곳에 안착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라면, 영도를 돌아 나오면서 보던 그 부둣가의 거대한 배들이 어딘가로 떠날 차비를 하며 잠시 쉬고있음을 알기에, 이별의 서막을 알리는 짧은 사랑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 부둣가의 정서가 저마다의 가슴 속에 사연을 닮고 애틋한 헤어짐을 노래 하던 바닷가 잔돌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내리던 봄 비 속에 더욱 처연해진 나그네의 마음을 더욱 잘 달래주던 바로 그 것이 아니었을까 위안을 삼아 봅니다.
인천에 도착 해서 저무는 석양 속에 갯펄의 물 들어 오는 갯골에 빠져드는 봄 바람의 시원하던 그 추억도 영원히 잊지못할 그런 뜻 깊은 사랑의 한 페이지로 남겠지요.
환절기에 건강 잃지 않도록 나만의 비법을 만들어 보는 것도 하나의 지혜가 아닐련지요?
내일 또 창원에 출장을 떠납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난다면 충무와 거제의 푸르게 녹아드는 동백나무 숲 길과 뚝 뚝 떨어져 버린 봄을 앓는 슬픔에 잠긴 거제의 순환도로를 한 바퀴 돌아 볼 생각 입니다. 이런 것 들이 신의 뜻 대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려야 가능 하겠지요?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박 꽃 인연 (0) | 2008.06.04 |
---|---|
푸른하늘에 꽃 비가 내리는 환몽에 잠기다 (0) | 2008.05.02 |
떨어지는 것이 어찌 꽃잎 뿐이랴! (0) | 2008.04.02 |
목련에서 할미꽃까지 (0) | 2008.03.28 |
사업구상 (0) | 2008.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