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 45

축제

축제 햇살이 내려앉은 앞산은 한껏 치장하고 나온 여인네들의 축제의 장이다 제각기 몸 차림새를 정성들여 마련한 치마 저고리를 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차렸다. 멀리 보이지만 아주 가까운듯 각기 스스로 풍기는 향기가 유리창 너머에 퍼져있는듯 하다. 봄날에 모인 축제는 새색시 차림으로 화려한 꽃잔치 분향이 었는데 환갑넘어 보이는 단풍은 이제 제갈길을 예약하고 승차권을 손에쥔 절박한 화려함이다 비가내려 단풍을 씻기운다 마지막 화장하는 여인네의 처절하면서 애절한 모양새가 저 빛깔이려니 앞산의 단풍들은 옷을벗고 길고긴 휴식의 시간으로 잠들어 가리라. 추워지는 외딴방에 군불지피고 따뜻한 안락의 밤에 기대듯이 남겨진 바람이 축제의 종말을 알릴것이다.

시어 2021.11.09

마당

마당. 처음 이사오던 날. 높은곳에서 내려다 본 뜨락에는 텅 빈 공간만 가득하고 멀리 둘러선 산들이 담장처럼 느껴졌다. 밤에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채송화꽃처럼 수놓은 불빛. 그리고 사반세기 관리안한 공터처럼 혹은 산비탈에 놓인 모퉁이 밭처럼. 비온뒤에 솟아나는 버섯인가 잡초 혹은 밭이 산으로 변해가는 모양새가 되어가고있다. 어느날 부터인가 작은 집을 허물고 하나둘씩 산을 가려가면서 불쑥불쑥 솟아나는 집들이 예전에 담장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키 큰 해바라기로 대신해 가는 마당의 꽃밭처럼 보인다. 아직은 앞에는 서해대교와 뒤에는 남산타워가 보이지만. 어느날 앞뒤 가려진 숲이 무성한 가운데 들어선 방랑자처럼 집에서 있는데도 길을 잃고 헤매는 날이 올지 모른다.

시어 20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