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 떠가는 저 구름아!
-글 머리에 장애우 없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았으면 희망을 가지고 이 글을 씁니다-
부천 혜림원 장애 우들과 수원 광교산 어우러기 산행을 하고자 혜림원 마당에서 낮 선 만남을 시작으로 각 모듬 별로 구분된 조를 편성하고 각자마다 오늘 하루를 함께할 파트너를 정한다.
사전 입수된 정보보다 더욱 심각한 건 대화가 안 되는 언어차단.
용희는 처음부터 말이 없었다. 반갑다는 악수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름도 알리지 못하는 상태. 더군다나 돌발행동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버스에 분승하고 모든 학교가 휴무라는 4주째 토요일. 그래서 가는 곳마다 길은 더욱 막히고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축소되는 아쉬운 시간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광교 산에 도착. 호수를 끼고 흐드러지게 핀 억새가 아름답게 펼쳐진 광교산 전체 조경은 이제 막 붓 칠을 마친 한 폭의 유채화 같았으며, 손을 잡고 시작된 산행은 가을 햇살 아래 펼쳐진 들판의 농익은 감과 고개 숙인 수수와 가을 배추에 조화롭게 어우러져 저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의 조각과도 같은 아름다운 모습.
더러는 힘들다고 쉬어가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 씩씩하게 앞에서 이끄는 데로 순조로운 진행이다.
쉬어가는 자리. 그 중 끼 있는 친구들을 불러내 장기자랑을 보면서 모두들 흥에 겨운 한 마당을 펼치고 아쉽지만 하산을 한다.
말이 없는 그 사람!
손가락으로 검지와 중지를 펴서 V자를 그리면 모든 뜻이 하나로 전달되는...... 도무지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모두가 애매모호한 표현. 그렇게 해서 다시 버스에 탑승 민속촌 투어에 나선다.
가는 길이 온통 음식점. 여기서 ‘용희’는 ‘고기’란 말을 한다.
수원이라는 곳. 옛 이름 화성이 갈비로 유명한 도시가 된 데에는 그 역사가 깊다.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 노론의 배척과 우울증 증상이 심해진 정신질환의 수렁에서 역모의 누명을 쓰고 장인의 뒤주에 갇혀 죽을 때까지 8일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세상을 한탄하며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유흔을 달래기 위해 묘를 새로 단장하고 화성으로 행차를 하던 정조대왕은 화성에 축산물 유통사장을 열어 수원의 경제 부흥을 꿈꾼다.
그 부산물의 하나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유명한 수원갈비.
용희가 간판마다 즐비하게 그려져 있는 고기의 형태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손가락 두 개로 V자 표시를 하며 고기를 요구한다.
어렵게 민속촌 입구에 도착. 예약된 식당으로 들어가 준비된 청국장을 보는 순간 등을 돌려 앉는다. 고기를 요구하며 그 무언의 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식당을 나간 용희는 커피 자판기 앞을 서성이며 돌출행동을 하고, 살살 달래서 식당주인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말씀 드리고 몇 점의 고기로 식사를 한다.
절대 웃지 않는 친구. 당당하게 고기만으로 식사를 마치고 기쁘거나 고맙다는 표현도 없이 커피 자판기 앞을 서성이며 달라는 것을 음료수로 달래고, 문화 해설가의 도움으로 민속촌 투어를 하지만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생경함의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 없이 시종일관 침묵으로 유도하는 박수조차 칠지 모르는 용희만의 세계 속에 빠져, 마치 꿈을 꾸는 소년처럼 먼 하늘 흘러가는 흰 구름만 유심히 바라볼 뿐이다.
약속된 시간. 아쉽지만 행사는 무사히 끝나고 기념 찰영과 마무리하는 감사패 전달식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져 마침표를 찍는다.
어느 누가 내 아이들의 머리 속에 그려진 꿈에 사회라는 영리한 잣대로 재단 할 수 있을까? 행사를 마치면서 남는 마지막 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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