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꽃밭에서
해마다 이때가 되면 피어나는 꽃이련만 가슴아리게 진한 선홍색으로 피어나는 철쭉 꽃을 보면 마치 오래전의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웃포커스된 환타지에서 하나하나의 이름들이 떠 올라집니다. 철쭉 꽃 바라보며 봄바람 살랑이는 가슴아린 날들이 꽃 향기를 실어 발길을 멈추면 한켠에 감춰뒀던 기억들이 무더기로 무리지어 피어나는 철쭉 꽃에서 예전에 알던 소녀들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솟아납니다. 옥. 경. 희. 순. 자. 숙 이런 이름들을 가지고 조무래기 작은 손으로 무언가 하나의 작품처럼 피워내던 그 하늘 아래 운동장이 떠오릅니다. 한송이 볼우물이 귀엽던 모습 한송이 눈매가 깊던 서늘함 한송이 상기된 볼 한송이 오종종한 입모양 한송이 귓볼에 보이던 실핏줄 한송이 구부린 작은 등이 앙증맞던 한송이 검정치마 아래로 보이던 통통하던 종아리 이 모든 것들이 송이송이 마다에 숨어있어요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의 언덕 속에 숨어있지만 기억 속에 남겨진 해 길던 그 봄날의 철쭉꽃 무리 속에는 웅켜쥐면 한 순간에 잡힐듯한 착각은 힌머리 듬성이는 이날까지도 버리지 못한 미련 속에 살아있어요. ~ 샬롬 ~ 이제 몇일만 지나면 이 짧고 애절한 봄날이 가겠지요. 그래서 봄바람은 연분홍 치마자락을 타고 오나 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날 장자의 꿈을 꿨을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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