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피아노 연습곡.
양철 지붕아래 비 떨어지던 소리가 처음엔 시끄럽게 들리다가 어느 시점부터인지 가지런하고 고른 박자로 맞춰져서 일정한 주기로 떨어지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비가 새면서 지붕을 뚫고 떨어지면 방 바닥에 작은 그릇을 놓아 두고 낙숫물을 받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장이시던 아버지께서 멀리 출타 중에 있었던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언제 였을까요? 내 기억의 저편에서 들리던 피아노 선율은 아마도 이웃에 살던 옥이라는 친구의 연습곡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큰 집과 작은 집으로 구분지게 하여 부르던 그 집의 구성에는 큰 집에는 딸들만 있었고 아들만 잔뜩 살았던 집이 작은 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큰집의 나와 동년배 되는 그 옥이라는 친구의 피아노 소리는 그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학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아마도 피아노 선생님께서 개인지도를 하셨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음에 불과하던 그 띵 똥 거리던 소리가 언제부터 인지 제법 음률을 타고 박자를 맞추던 시기부터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음악으로 들렸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여름 비가 내리던 시간. 빗소리에 맞춰서 들리기 시작했는지 아니면 그 전부터 비가 내렸는지 모르지만 빗소리에 섞여 들리던 그 끊어질 듯 이어지던 피아노 소리는 보지 않아도 악보를 훤히 읽고 있는 듯 보여서 다음에 칠 곡들을 난 이미 미리 알고 있었던 듯싶습니다.
책을 보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책을 들고 엎드리거나 혹은 누워서 보던 책이 실증 날 때쯤엔 어느 새 그 피아노 선율의 악장 속으로 빠져 꿈 속에 지휘봉을 휘젓는 아련하고 달콤하던 혼몽의 여름날이 곱게 접혀 있습니다.
어느 분과 통화 중에 수화기 저 건너 편에서 들려오던 예의 그 피아노 소리.
아마도 어린이의 연습곡에 불과한 작은 리듬이었고 비도 오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상상의 나래는 오래 전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이웃에서 들리던 옥이라는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오버랩 되면서 지금쯤 그 소녀는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하는 묘한 상상이 떠 올랐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지붕에 올라 기와 장을 깨지지 않게 다니는 법과 깨진 기와를 골라내는 방법과 비가 내린 다음에는 물먹은 기와가 약해서 지붕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이런 것들을 배우면서 용마루 너머의 그 집 소녀의 방이 훤히 보이는 창 너머에서 들리던 피아노 선율이 무척 다정스럽고 음표 하나하나가 콕콕 가슴에 박히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런데 내가 아는 피아노 선생님은 이런 걸 알고나 계실까?
당신의 피아노 선율은 어느 님의 가슴 속에 화살로 날아가 이렇듯 추억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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