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깨나 쓰게 생긴 사람....?
일요일이 되면 무얼 하시나요? 매주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기는 힘들겠지요. 그래서 난 뒷산엘 갑니다. 새벽 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을 헤치고, 산을 올라 굵은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하게 맺힐 무렵이면, 서해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영종대교가 발아래 펼쳐지는 계양산. 아, 여기는 인천입니다. 몇개의 고개를 넘어 걷고 뛰다 보면, 이름모를 산새 귀저귐과 딱다구리 집짓는 소리도 들립니다. 가끔은 산꿩이 우는 소리도 메아리 지기도 하지요. 한바퀴 돌아서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 평행봉과 철봉을 하다보면 두시간이 흘쩍 가버리지요. 그리고 산을 내려오면 일요일을 시작하는 행인들의 발걸음이 보이지요. 지난 일요일은 비가 와서 산행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미뤄두었던 연극을 보러 갔지요. 제목하야 "몽유도" 즉, 꿈 속의 이야기 인 셈이지요. 줄거리는 뭐 간단합니다. 옛날옛날 한 옛날에 시골마을에 사는 한 부부가 있었는데 뭐 이런 류로 시작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 입니다. 남자는 재주는 많은데, 허구헌날 방랑의 길을 떠나는 꿈 속에 젖어 사는 인생이고, 아내는 동네 남자들을 모두다 흠모하는...... 그저 힘께나 쓰게 생긴 남자면 사족을 못쓰는...... 그래서 부부는 어디론가로 서로의 길을 떠나지요. 물론 꿈속에서요. 주유천하 세상을 휘 둘러보다가 서로의 원하는 바를 많이도 이루지요. 아 그렇지 않습니까? 언젠가 읽은 책인데, 정신과 의사 김정일 이란 사람이 쓴 글에서 자세한 것은 생각나지 않지만, ".....현대인의 비극은 주변에 너무 아름다운 여자와 멋지고 잘생긴 남자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여기 이런 까페를 염두에 두고 미리 한 말인듯도 합니다. 다시 연극 중에 관객을 향한 독백이 나오는데, 관객을 모두 돌이라고 표현 합니다. 주춧돌, 기둥으로쓸돌, 마당에 세워둘 돌, 둘이서 손을 꼭 잡고 있는 연인을 보고는 멧돌로 쓸만한 돌이란 표현도 하지요. 곱게 분장한 여 주인공이 작은 보퉁이를 들고 떠나는 길에 갑자기 내 앞으로 오더이다. 한참을 찬찬히 보더니, 내가 동네 남정네는 다 만나 보았는데, 이렇게 힘께나 쓸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여기 숨어 있었네 그랴 하면서 이따 이따 연극 끝나고 분장실에서 만나자고 대사를 읍조릴땐 모든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연극이 끝나고 꽃다발을 들고 분장실에 가지 못했습니다. 봄비가 간간히 유리창을 적시는 일요일 오후를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하루 였습니다. 여기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이만 마치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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