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을 산 이야기

no pain no gain 2007. 6. 16. 16:42

가을 산 이야기


가을을 보내면서 난 도봉산 등산을 했다.

쏴아 한 가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수북한 낙엽에 왠지 다시 오지 않을 가을의 향기를 애잔한 느낌의 선홍 빛 단풍으로 혹은 부채꼴을 닮은 18세 소녀가 깡총거리며 뛰는 느낌이 드는 은행잎과 이름 모를 여인의 뒤 돌아선 목덜미를 덮고 펄럭이던 코트자락 같은 느티나무 쌓인 숲 속의 계곡을 돌아돌아 내려오는 하산길이 왠지 섶더이다
.

번잡하고 혼란스러운 사람과 사람들 틈 속에서 나만이 외톨이라는 소외감을 가슴으로 쓸어안으면서 터벅 이는 발길에는 무슨까닦인지 모르지만, 에리히 프롬이 이야기 하던 군중 속의 고독이란 단어들이 내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지요
.

모두 떠나가는 계절 앞에서 좀더 겸손해 지리라 속으로만 다짐하며 한발 한발 내딪는 발 걸음이 지난 날의 환희를 노래하던 꽃피던 춘 삼월의 정취도, 녹음 푸르르던 한 여름의 꿈도, 지척을 분간하지 못하게 퍼붓던 산 속의 그 소나기 같던 사랑도 황혼 역의 붉은 단 풍잎 속에 그림자 같은 추억만을 남겨 두고 자연의 순리에 접응하는 형 해의 계절이 온 것이지요
.

갈잎은 조용한 노래로 접 응합니다
.
한 구비 넘어들 때마다 생사의 기로를 스릴로 느끼면서 거친 숨을 몰아 쉬던 곳곳의 난코스를 이제는 모두 안전대가 설치된 가파른 계단으로 길을 돌려놓은 것을 안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중년의 평범하기만 한 자신을 관조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무너져 가는 도전정신이 이내 안타깝기만 한 갈등은 또 무슨 까닭인지요
.

늘 상 다니던 길이었고, 또 늘 상 보던 단풍잎이 그저 아름답기 만하게 보이지 않고 또 다른 내면의 고통과 지내온 역경의 흔적들이 보이기도 하고, 무더기 진 나무에서 혹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서로 다른 색의 나뭇잎을 매달고 섯는 풍경이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려는 듯한 몸부림으로 보이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인지요
.

마른 목을 축이려 들른 목로주점에서 들려오던 남자들의 서로 지지 않으려는 듯한 큰 목소리에서 괜스레 공허함 같은 것이 묻어 나오는 것을 나만이 느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

고독을 벗삼아서 혼자 하는 산행에 언제나 종지부를 찍어야 할까 하는 작은 고민도 했지요
.

이제 또 주말이 옵니다
.
더 늦기 전에 산에 한번 다녀 오시지요
.
그리고 이런 노래도 한번 음미해 보십시오
.

봄이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동네 처자 산에 들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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