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면서 난 도봉산 등산을 했다.
쏴아 한 가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수북한 낙엽에 왠지 다시 오지 않을 가을의 향기를 애잔한 느낌의 선홍 빛 단풍으로 혹은 부채꼴을 닮은 18세 소녀가 깡총거리며 뛰는 느낌이 드는 은행잎과 이름 모를 여인의 뒤 돌아선 목덜미를 덮고 펄럭이던 코트자락 같은 느티나무 쌓인 숲 속의 계곡을 돌아돌아 내려오는 하산길이 왠지 섶더이다.
번잡하고 혼란스러운 사람과 사람들 틈 속에서 나만이 외톨이라는 소외감을 가슴으로 쓸어안으면서 터벅 이는 발길에는 무슨까닦인지 모르지만, 에리히 프롬이 이야기 하던 군중 속의 고독이란 단어들이 내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지요.
모두 떠나가는 계절 앞에서 좀더 겸손해 지리라 속으로만 다짐하며 한발 한발 내딪는 발 걸음이 지난 날의 환희를 노래하던 꽃피던 춘 삼월의 정취도, 녹음 푸르르던 한 여름의 꿈도, 지척을 분간하지 못하게 퍼붓던 산 속의 그 소나기 같던 사랑도 황혼 역의 붉은 단 풍잎 속에 그림자 같은 추억만을 남겨 두고 자연의 순리에 접응하는 형 해의 계절이 온 것이지요.
갈잎은 조용한 노래로 접 응합니다. 한 구비 넘어들 때마다 생사의 기로를 스릴로 느끼면서 거친 숨을 몰아 쉬던 곳곳의 난코스를 이제는 모두 안전대가 설치된 가파른 계단으로 길을 돌려놓은 것을 안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중년의 평범하기만 한 자신을 관조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무너져 가는 도전정신이 이내 안타깝기만 한 갈등은 또 무슨 까닭인지요.
늘 상 다니던 길이었고, 또 늘 상 보던 단풍잎이 그저 아름답기 만하게 보이지 않고 또 다른 내면의 고통과 지내온 역경의 흔적들이 보이기도 하고, 무더기 진 나무에서 혹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서로 다른 색의 나뭇잎을 매달고 섯는 풍경이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려는 듯한 몸부림으로 보이는 것은 또 무슨 조화인지요.
마른 목을 축이려 들른 목로주점에서 들려오던 남자들의 서로 지지 않으려는 듯한 큰 목소리에서 괜스레 공허함 같은 것이 묻어 나오는 것을 나만이 느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고독을 벗삼아서 혼자 하는 산행에 언제나 종지부를 찍어야 할까 하는 작은 고민도 했지요.
이제 또 주말이 옵니다. 더 늦기 전에 산에 한번 다녀 오시지요. 그리고 이런 노래도 한번 음미해 보십시오.
봄이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동네 처자 산에 들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