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공존의 계절

no pain no gain 2007. 6. 16. 16:37

공존의 계절


바람이 불었다.
가슴을 흩어 내리는 가을 바람이 언제부터인가 마지막 끈을 놓지 못하는 크레바스에 매달린 산악인의 심정으로
....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고 그냥 떠나는 발길은 토요일 오후
.

만리포의 바닷바람 속에 모두 떠나간 겨울의 길목을 지키는 고운 모래에 길고 긴 발자국을 남기면서 울부짖는 파도 앞에 서 있었다
.

당신의 가슴을 / 그렇게 두둘겨도 / 꿈쩍하지 않는 / 아니 꿈쩍하지 못하는 현실이 / 오히려 비현실로 비쳐지는 / 꿈꾸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
처음 그리던 스케치와는 동떨어진 / 그저 통속적인 / 너무나 통속적인 세상을 안위하며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함이 느껴지는 자신이/ 방향을 잃어버린....../ 그리고 탈피하지 못하는 / 내 안의 꿈꾸는 비상을 / 소중한 보물처럼 여기며 / 오늘도 우화의 꿈을 안고
..../

일요일엔 노고단의 산 허리를 감싸고 도는 눈 속에 서 있었고요
.
내리는 첫 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환호성은 같았지만, 속 마음을 모두가 모두 다른 소망을 안고 있었겠지요
.

허연 머리를 웅크리고 앉은 당신 모습에서/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옛 이야기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서러움을 / 언제나 따뜻한 가슴으로 부여 안아주던 / 그리움이 녹아 드는 포근함이 있습니다
./

꼭 등산을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추운걸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체감온도 영하 20도는 그리 쉬운 산행은 아니었었다
.

하늘을 뒤덮고 휘돌아 흐르는 구름 속에서 인생의 파노라마를 느껴가며 귓전을 스치우는 바람결에 훌훌 털고 뒤 돌아서야만 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많은 아쉬움을 남겨두고 떠나왔지만, 지금도 그 산언저리 휘감아 돌던 바람소리는 내 가슴속에 맴을 돕니다
.

후기: 양귀자님의 천 년의 사랑을 다시 읽다가 문득 갈바람 소리가 그리워져서 가을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
산 아래 펼쳐지는 가을과 아직 겨울을 준비하지 못한 산 능선의 공존의 계절에서 자연의 이정표를 보고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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