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산...산...산...그리고 산.

no pain no gain 2007. 6. 16. 16:19
산...산...산...그리고 산.

산...산...산...그리고 산

사십의 중반에 선 나의 친구들은 휴일 새벽이 오면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있을까?

지난 휴일의 단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산 한바퀴 도는데, 두 시간이 흘쩍 갔다.

새벽을 부르는 소리 그 내음새, 그 내음새에 끌려.....
산이 나를 부른다.
산을 감싸고 앉은 것은 온통 아카시아 향기로 남아 바람이 불때마다 허연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잠자코 숨어있던 추억 속의 영상들이 소용돌이 친다.
서서히 걷다가 호흡을 가다듬고, 스트레칭을 마치고 웜업과 함께 뛰다.
산을 건너뛰는 가파른 능선에서 지나간 산악구보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지리산에서도, 팔공산에서도, 학과산에서도 그리고 그 많은 이름도 다 알지 못하는 숱한 산에서도 가뿐 숨을 내쉬며 젊음을 태웠었는데....
하산길.
온통 아카시아 향기로 뒤 덮여버린 이 능선 저 고지에서 바람을 가르며 산길을 내려간다.

서구공원.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장미 정원.
이제 맺힌 봉오리 그것은 누구 일까?
연하게 피어오르는 연분홍에 이제 막 이슬을 머금은 선홍색에....
소쩍새 피울음에 핏빛을 감싸않은 이제 심장을 막 께낸듯한 붉은 장미.
노오란 봉오리를 터지는 부끄러움을 감추듯 엽게 터지는 그리움.
외롯이 난 길을 돌아서 땀에 젖은 욕망을 다독이며 다시 회기의 반화점에서 산 능선을 가로 지른다.

나는 이제 얼마나 나의 인생을 영위할 수 있을까?
얼마나 아름답게 세상을 수 놓을 수 있을까?
이 다음에 더 늙는다면 얼마나 추하지 않은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길게 이어지는 옛적 그 소리

이름모를 산새 소쩍이는 소리/ 날 부르는 당신의 진한 향기가/ 가슴을 파고든다.// 휘파람처럼 포릉대며 날아가는 소리/ 그리고 / 단아하게 들려올듯 말듯한 염불 소리/ 이승에 미련을 남기는 소리//....

아 ! 내님은 지금 어느 향기에 쌓여 곱고 고운 숨비소리로 허공같은 구름자락을 밟고 오실까?

일요일의 안개 쌓인 아침은 너무 행복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