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의 슬픈 전설의 땅. 영월 단풍산행. 어둠을 헤치고 가는 길목에 뭉텅이 진 희뿌연 안개를 안고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약간 스산함을 느끼며 영월 땅으로 간다. 우리 역사에 제일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는 세종대왕. 그의 장자는 너무 병약하여 바로 죽고 이어 12 세에 보위에 오른 단종은 호시탐탐 왕권강화를 외치며 위풍당당한 숙부 세조에 의해 왕위를 내놓고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머나먼 영월 땅으로 귀양을 떠나고 생육신과 사육신 등으로 이어지던 기세를 뿌리 뽑고자 사약을 내린다. 금부도사 왕방연은 사약을 재촉하지 못하고 대성통곡하며 울기만 하는데, 이에 노산군은 스스로 사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한다. 왕방연은 돌아오는 길에 청량포 물가에서 이런 시를 남긴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맘 같아서 울어 밤길 예 놋다. 시체를 묻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왕명에 물에 떠서 계속 맴돌았다는 청량포. 그곳에는 달 밝은 밤에 물에 발을 넣으면 귀신이 잡아 당긴다는 전설이 숨어있는 곳. 지금이야 세상 좋아져서 길도 넓어지고 포장이 되었지 만은 산 구비 돌고 돌아 넘어가는 고갯길인데 철길과 나란히 가는 길은 물길 따라 새로운 도로확장으로 동강의 내린천 물가는 온통 공사장의 연속이다. 솔고개 언덕에는 두 아름은 차고 남는 노송의 의연한 자태가 기품을 떨치고 좌측 농가를 돌아 천 년을 산다는 주목나무 사잇길로 해서 추수가 끝난 율무 밭을 돌아 산행에 든다. 갑자기 막아선 자리 산불 감시원 교육을 이수한 촌로의 당당함에 산행을 취소해야 할 처지. 사전에 영월군과 전화통화에서 허락을 득했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안 된다는 고집. 이때 일행 중 양종만 직장님의 산불 감시자격증을 담보로 산행이 이어지고, 가파른 경사가 칼날처럼 급한 등고선의 자락으로 만일 굴러 떨어진다면 오늘 중으로는 다시 못 올라오리라는 농담을 흘리면서 비탈진 산길을 간다. 오랜 가뭄의 흔적은 여기도 예외가 없는지라 바싹 마른 갈잎의 서걱이는 노래는 마 져 들지 못한 단풍의 한스러움이 가득 묻어있는 듯. 급한 사면에 가득 쌓인 낙엽, 발이라도 잘못 디딘다면 쭉 미끄러지는 발길에 함께 굴러 떨어지는 돌 맹이 들이 자못 위협적이다. 어느 한 곳 쉴만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마주친 절벽. 왼쪽으로 돌아드니 아래쪽에서 올려다 볼 때와는 사뭇 다른 가슴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깎아지른 절벽. 앞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보니 바위 벽에 붙은 것은 온통 고급요리에만 쓰인다는 석이버섯. 아마도 손을 타지 않은 것은 무지의 소산이거나 주민들의 보살핌 속에 더 자라나서 경제적 가치가 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아닐까 미루어 생각해 본다 언젠가 지나간 화마에 의해 불타버린 잔해가 쓰러진 고목의 둥치에서 그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새로 자란 나무들이 이미 한 아름을 넘어서 추정컨대 불길이 지나간 세월이 50 여 년이 지났으리라! 얼마쯤 지나서 외줄로 이어진 경사로에서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밟고 오르니 어느덧 주 능선에 이른다. 조망이 뛰어나다는 전망대 암벽 위에 서면 함백산이 서쪽으로 뻗어온 능선상에서 백운상에서 서남쪽으로 가지를 쳐 매봉산을 일으키고 계속 서쪽으로 이어져 직동천과 옥동천에 막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솟은 산이 단풍산 (1150m) 리라 하니 그 절경을 발아래 아스라하게 그려지는 지류천의 그림이 한 폭의 가을 풍경화가 펼쳐진다. 능선에는 군데군데 쓰러져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 생태의 흐름으로 속이 텅 비어버린 고목들이 세월을 삭이면서 묻혀져 가고 어느 곳에 이르자 절경의 소나무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 촬영이 줄을 있고 있다. 한 발은 됨직한 고사리 늙은 잎과 이끼류의 푸른 빛이 말라가면서 뿜어내는 군락지의 모습들이 어느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정겨움이다. 딱히 어디라고 정해지지 않는 길목에서 정상을 위해 더 가야 하는 길과 이제는 하산하라는 등산로의 표시로써 그 좁은 삼거리에서 음식을 펼쳐놓고 식사를 나눈다. 식후 잠시 식은 땀이 바로 한가로 이어져 한 줄기 바람에도 오싹함을 느끼고 이제는 하산 길. 올라올 때 그랬던 것처럼 급하게 내려서는 경사로에서 발아래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함정을 조심하며 풀 석이는 먼지를 달고 줄지어 내려선다. 내려서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비탈에선 나무로서는 고난과 고통스러운 흔적이겠지만 큼지막한 혹을 달고 선 모습들이 기이하게도 볼거리를 제공해 눈요기를 하면서 내려서는 길에는 땀이 날 정도의 잔뜩 힘이 들어간 가파른 경사로를 거쳐 어느 님이 잠들었을까 오래된 무덤가엔 문인석이 자그마하게 서서 풍상으로 깎이고 삭아 더 작게 보인다. 소나무 푸른 숲을 거쳐 내려선 비탈밭에선 농사를 마친 율무 그루터기 사이로 흙보다 돌이 많은 것 같다는 농담으로 등산은 끝나고 , 저 아래 보이는 푸른 물줄기가 호기심을 발동 . 한참을 경사진 길을 내려서니 손이 시려올 정도의 깊은 물이 휘돌아 흘러 흘러 동강으로 흘러가리라. 조약돌 하나 주워 들고 올라오니 때마침 내리는 빗방울. 일행들은 족 발에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산행 뒤 풀이로 한창이다. 더 늦기 전에 떠나자는 말에 내리는 빗길을 뚫고 고씨 동굴 입구를 지나면서 다리 마다 난간에 선 자태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흔적으로 죽장에 삿갓 쓴 자그마한 나그네의 세월 절은 인생역경이 묻어나고 , 돌고 막히면 또 돌고를 반복하면서 인천에 도착하니 어느새 비는 그쳐가고 있었다 . 그 동안 히말라야 등정에 고생하신 해외 원정팀의 노고와 그 빈 공백의 자리를 혼신을 다해서 발 이끌어온 임원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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