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향기 그득한 내 변산 의상 봉에서
남녀 치를 출발해서 산 입구에 들어서자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벌초하러 갈 때 많이 보았던 정금나무가 아직은 익지 않은 상태로 매달려 있고, 마치 수목 전시장인 것처럼 산 길에 오밀 조밀 하게 터널을 이룬 숲 길이 이어졌다.
가파른 산길을 지그재그로 남겨진 언덕.
줄 참나무 굴참나무 등등의 참나무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땀을 훔칠 즈음 작은 능선으로 이어진 정상.
여기서 황혼의 석양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한다는 낙조 대에 도착.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산천을 둘러본다.
특이한 점은 온통 바위산인데 면상 위를 잘 다듬은 듯 머리에 이고 서 있는 잡목들이 마치 명절을 대비해서 이발하고 나온 소년의 모습이다. 잘게 부서지는 돌.
산행이 어디 오르막만 있으랴! 올라서면 내가는 길. 오밀조밀하게 엮어진 산길에서 계곡은 물이 말라 가는 가을이고 보면 풀 석이는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은 것도 행복한 일중의 하나이리라.
노래가사처럼 산모퉁이 바로 돌자 여기저기 피어있는 노란색의 향연.
꽃대만 길게 솟아나온 줄기에 산 나리와 백합을 섞어놓은 듯한 비슷한 모양새의 꽃들이 하나 둘씩 보이더니 길 양편에 그득하게 천지간에 널려있다.
지나가는 바람이 훅하고 끼치는 그 향기는 설사 어느 여인네의 고혹한 미소처럼 가슴으로 확 안겨온다.
아! 순간 아찔한 그 향기에 휘 청하는 현기증이 지나가고 마치 오래된 정원처럼 가슴에 깊이 각인된다.
한창 증수 중인 월 명암에 다다라 잠시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접는 휴식에 들어간다.
가을 호수를 누가 아름답다 했는가?
물길이 말라가면서 지난 여름날의 그득했던 그 물빛은 총기를 잃고 행여 옷에 튀길세라 하는 심정으로 이름만 찬란한 선녀 탕 옥녀 담을 지나 직소 폭포 옆에서 잠시 쉬어가는 길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않아 그 유명세를 타는 직소 폭포의 안전 때문이었는지 내려가는 계단을 막아놓은 망루에서 초라해진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고 또 다시 내년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직소폭포를 기대 해 본다.
물이란 모름지기 그득한 물빛으로 생경하게 살아 숨쉬는 모습이 제격이라는 위안으로 지나쳐 구비구비 돌아들어 길게 나무터널을 이룬 계곡 가에 잡고 송사리 피라미 몇 마리가 한가로이 유영하는 자길 밭에서 준비해온 상치 쌈으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쉬면서 눈 여겨 보니 다슬기도 보이고, 이런 곳이라면 어렸을 적 즐겨 놀았던 가재도 있으리라!
돌 몇 개를 들춰내니 한가하게 쉬던 새우 과의 징 거미가 놀라서 재빠른 뒤 걸음 질로 도망을 친다. 아마도 가제는 동무 찾아서 게한테 놀러 갔나 보다.
든든한 점심을 해결하고 지난 폭우 때 휩쓸려온 물줄기의 흔적이 어른의 키를 훌쩍 넘어 잡풀이 말라서 나무에 걸려있는 것을 보면서 지난날의 소용돌이와 거대한 폭우 속에서의 지나가는 길손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갈 길을 재촉한다.
원암재를 넘어 관음 봉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배는 부르지요. 계단은 높지요. 바람 한 점 없이 턱턱 막히는 숨에 내려 쪼이는 땡볕에 괜스레 미리 점심식사를 했구나 후회도 들었지만 어느 암벽 계단을 올라선 순간 산하가 발아래 보이면서 지금까지 숨겨둔 바람이 한 꺼 번에 보상이라도 하듯 시원하게 불어온다.
어디 시원한 것이 바람뿐 이랴! 한 눈에 탁 들어온 서해 개펄의 넓게 펼쳐진 시야가 한층 더 시원함을 더 한다.
새 봉. 삼거리에서 잠시 갈등을 겪었지만, 어디 인생이 오늘뿐이랴 다음에 더 찬란한 등산을 위해 하나쯤 몰래 남겨 둬야 좋지 않을까 하는 다짐으로 내 소사 방면으로 발길을 돌린다.
길목에 눈에 띠는 이끼 하나. 이건 지난 번에 충무 사량 도에서 그 지천으로 널려 있던 바위 손이 건기를 맞아서인지 말라 비틀어져서 고개 숙인 모습으로 처량하게 비친다.
부부라는 인연으로 만나 함께 살아가지만, 그 인생살이가 뭔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 이야기 꺼리는 일주일을 함께 해도 못다한 말들이 많은지 두런두런 이어지던 내무장관의 세상사는 이야기에 맞장구 치면서 지친 발길이 머물던 그곳에는 전나무 아름들이 숲길이 이어져 하늘을 덮고 흙 길 곱게 펼쳐진 내 소사 진입로에서 이제 주차장으로 향한 발걸음이 마치 작전을 완수하고 귀대하는 수색대원의 심정이 되어 집결지로 향한다.
진행요원들의 준비된 막걸리와 도토리 묵을 먹으면서 뒤 풀이를 하고, 창립 34주년의 장고한 세월이 앞으로 100년 200년 이어지길 바란다는 배종화고문님의 염원처럼 평생을 산과 함께 살아왔음이 자랑스러운 선배님의 말씀처럼 산악회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하나의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출발과 순조로운 산행이 되기를 기원하는 맘을 모든 회원들의 성원으로 좋은 결과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즐거운 여락으로 여기고 산천명산을 섭렵하게 허락한 천지신명의 깊은 뜻을 잘 새기고 언제나 안전한 산행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모범상의 영예를 안겨준 집행부의 배려를 깊은 마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더 좋은 산악회의 일원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산행 기를 마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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