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대한독립만세 광복 산행 백운대에서

no pain no gain 2007. 5. 28. 14:42
대한독립만세 광복 산행 백운대에서

그날이 오면


………………….
심 훈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
두 개골은 끼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이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새로 난 외곽 순환도로를 따라 송추에서 빠져 밤 골 입구에서 숲 길 사이로 난 능선을 따라 줄을 지어 가다가 계곡에서 잠깐 쉰다. 이 더위에 아직도 물이 마르지 않은 상태를 보니 산이 깊기는 깊은 가 보다
.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고 옷에서는 물이 흐르듯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
.

가파른 깔딱 고개를 힘들여 오른다. 심장은 연신 산소공급의 부족함을 호소하고 다리에 흐르는 땀으로 인해서 달라붙은 바지는 자꾸만 무릎을 꺽으려 한다
.

사방이 훤히 트인자리. 휘 둘러본 산하 멀리 도봉산과 바로 앞에 버티고 선 백운대, 인수봉이 구름에 가려 약간은 부끄러운듯한 숫처녀의 모습이다
.

간식을 먹고 쉬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하필 이렇듯 중요한 날. 광복절이 이리도 무덥다니, 원래 절기상으로 8 15일 쯤이면 물이 차가워서 수영도 접고 피서 갔던 사람들도 모두 돌아와야 하는 계절인데, 올핸 아마도 늦더위가 거꾸로 가는 세상인 모양이다
.

구름아래로 보이는 숨은 벽 능선
.
그 밋밋하기가 공룡의 등줄기 처럼 날카롭게 선 바위
.
그곳은 전문 암벽장비가 필요할 듯 하여 우린 우측 계곡을 타고 가기로 한다
.

조금만 걸으면 5분도 안돼서 컥컥 막히는 숨. 거친 숨소리. 내쉬는 한 숨. 몰아 쉬는 호흡에 일행 중 한 명이 웬 바람 빠지는 소리냐고 하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 하는 모습. 안전에 신경을 쓰며 한걸음 한 걸음 앞사람을 따라 진행을 한다
.

굵은 나무 한 그루 세월의 인고를 견디지 못하고 바로 누워 터널을 이루고 함께 잠시라도 누워 쉬고 싶은 심정이지만 좀더 올라서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면서 마지막 난코스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 한다며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다
.

한 사람씩 배낭을 밀어놓고 누워서 가슴과 머리가 부딪칠까 봐 유격훈련을 한다
.
호랑이 굴을 다 청소 하고 지나갈 즈음 그런데 호랑이는 어디로 간 걸까
?
아마도 호랑이는 더워서 피서를 간 모양이다
.


와이어 로프를 타고서 바위를 휘돌아 올라선 백운대
.
하얀 구름이 쉬어간다는 바로 그 곳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인수봉을 마주보고 서 있다
.

대한 산악회 정예 맴버들의 기념식을 참관하고 애국가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면서 광복의 의미가 뭔지, 우리 선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이 땅에 뿌려 졌을 숭고하신 그 정신을 되새기며 오늘날의 이런 모습을 위해 그토록 소중한 목숨 바쳐 쟁취한 조국의 광복이었는지 숙연함이 자연스레 고개 숙이게 했다
.

열정으로 배낭에 칡즙을 얼려온 동지. 그 많은 일행들에게 한 잔씩 나눠주면서 우정을 베풀던 그 정성이 깊은 감동으로 까지 전해진다
.

인수봉. 대포알을 세워 놓은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그 언저리에는 몇 명이 팀을 이뤄 자일을 타고 있다
.

이제는 하산. 대악산악회 암벽반의 본거지가 있었다는 인수봉 아래에서 즐거운 점심을 나눠 해결하고 간단하게 강평하는 자리에서 비가 내린다
.

철벅 이면서 떨어지는 빗물을 벗삼아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계곡을 내려간다
.
우비를 입은 동료는 비에 젖는 것 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 빗물인지 땀인지가 구분이 안될 정도라 하면서 꼬리 끊어진 도마뱀처럼 토막 토막 줄을 지어 내려 왔다
.

세계 제일의 실내 빙벽을 자랑하다는 O2에 들러 20M 빙벽의 높이 앞에서 비에 젖은 몸이 금방 얼어 온다
.

옥상에서 이뤄진 잠깐의 강평으로 대한 독립만세를 외치던 그날을 기억 하면서 산행을 마무리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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