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대관령을 넘다
이제 새벽 6시면 세상이 환 하게 밝다.
간밤에 뿌린 비로 흙 냄새가 촉촉하고, 싱그러운 아침이 열리는 소리가 부산하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서야 5시부터 일어나 못다 잔 잠을 청한다.
얼마쯤 달렸을까 여주를 지나는 표지판을 보고 나서야 산행 목적지가
가리왕산에서 제왕산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 겯들인다.
이유는 산불예방으로 갑자기 입산허가가 취소되었다는 안내.
그래서 대관령 옛길. 꼭대기 휴게소에 내린다.
세월은 유구한데 옛 정취는 다 사라지고 그 복잡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덩그러니 홀로 바람을 맞고서 있는 기념비와 새로 실험 중인 풍력발전기만
세상을 날려 버릴듯한 바람 속에서 우리 일행을 맞아준다.
작은 능선을 넘어 바람을 피해 초입에 이르니 산불 감시하는 분이 길을 막고
산불예방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서명을 하라고 한다.
목표는 우측 고지 능정봉(1123m) 잡목이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지난번 월출산에서 보았던 감청색과 보라색을 섞어 놓은 듯한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다 피면 별 모양으로 벌어진 모양새가 가히 일품이다. 일행에게 물어보니 아시는 분이
아무도 없다.
간밤에 내린 비로 바위는 미끄럽고 낙엽 쌓인 길은 마치 스폰지를 걷는 듯한 푹신함마저
느껴진다.
갑자기 사방이 탁 트인 능정봉 정상에서 잠시 한 숨을 돌리고, 다시 하산하여
능정봉을 거치지 않고 제왕봉을 향해 먼저간 일행를 따라간다.
내려서면서 아까 안내하시던 산불 감시원에게 저 꽃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더니 그것은 얼레지 꽃이라며 잎은 나물 반찬으로 먹는다고 한다.
백합과(百合科 Lili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
얼레지(Erythronium japonicum)
키는 30㎝ 정도이고 비늘줄기를 가진다. 잎은 2장으로 마주보는 것처럼 달리는데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나 주름이 지기도 하며, 잎에 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4월경 잎 사이에서 나온 꽃자루 위에 보라색 꽃 1송이가 아래를 향해 핀다. 꽃잎은 6장으로 뒤로 젖혀지며, 안쪽에 진한 자주색의 W자형 무늬가 있다. 수술은 6개, 암술은 1개이지만 암술머리는 3갈래로 나누어진다. 열매는 삭 과(果)로 익는다. 봄철에 어린잎을 나물로 먹으며, 초가을에 비늘줄기를 캐서 쪄먹거나 이질·구토 치료에 쓰고 강장제로 사용한다. 숲 속의 나무그늘에서 자라는데, 나무에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었다가 잎이 나올 무렵에 열매를 맺고 죽기 때문에 봄을 알리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申鉉哲 글
임 도와 산길로 구분되는 길목에서 아마도 진달래 무리가 너무 아름다워 새로 산행 길로
개척하지 않았나 싶은 등산로이지만, 아직 추워서 봉우리도 맺지 못한 진달래가 대부분이다.
대관령의 능선에서 산 너머가 보이는 곳은 마치 바람의 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거센 바람에 눈도 뜨지 못할 정도이지만 그 안쪽 길은 마치 봄날과 같은
안온함이 있다.
능선을 따라 몇 개의 바위 봉을 넘으면서 도착한 제왕산(841m) 한쪽 팔로만 버티고 선
소나무 늠름한 기상에 만고풍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내려서는 하산 길.
산천 경개를 둘러보니 궁궐의 재목으로만 쓰인다는 적송(춘양목)들이 어깨를 견주고 늘어선
자태가.....
문헌에 따르면 궁궐을 신축하거나 개 보수 할 때면 관리를 보내 도장을 나무마다에 찍으면서
"어명이요!"를 외친다던 바로 그 춘양목이 아닌가?
일제 강점기때 그 나무가 욕심난 일본에서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강원도 춘양에 산 깊은 곳에
까지 철로를 깔고 항구를 개설하여 모든 춘양목을 실어낼 정도로 욕심을 내서 원래의 이름이
속까지 붉다 하여 적송이라 불리던 나무인데, 강원도 춘양면의 지명을 따서 춘양목이란
이름으로 더욱 더 유명하게 된 우리의 나무다.
아!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는 단어를 옛적부터 구사할 만한 충분한 이름값을 한다 고나 할까?
소나무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안아보니 두 아름은 족히 넘을 소나무 군상들이 족히 30 ~ 40 m
는 될 정도로 미끈하게 쭉 뻣은 기상은 마음 속으로만 간직하던 고구려의 기상이라고나 할까
마치 로마 병정들이 새로 갑옷을 입고 늘어서 도열하는 듯한 군상들이다.
경사진 비탈이나 우묵한 골짜기를 마다하지 않고 마음으로부터 흐뭇한 정경은
동령수고송 (冬領秀孤松)이란 선인의 시 귀가 그저 가슴에 새겨질 따름이었다.
물소리가 들릴 때 즈음하여 만난 대관령 옛길.
계곡으로 이어진 물길 따라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물길이 제법 많이 모였다 싶을
걷는 나 자신의 모습이 마치 호랑이 나오던 그 시절로 돌아가 개나리 봇짐하나메고 친구와
주막에 들러 대관령을 넘나드는 상상 속에 빠져 본다.
하산하여 들른 대관령박물관에서 옛 것을 소중하게 하는 마음을 다시 배우고 그 옆을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물따라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는 귀환길.
석양에 물든 둥근해가 낮으막하게 전선줄에 걸려 달리는 도로를 따라 바꿔가는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베토벤의 월광의 한 악장을 연주하는 듯한 착각 속에서
봄날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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