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문장의 온도 중에서. 이덕무. 한정주譯. 2018.

no pain no gain 2025. 7. 9. 12:24

문장의 온도. 이덕무. 한정주譯. 2018.

사냥개와 사슴, 곰과 호랑이.
사람이 사냥개를 시켜서 사슴을 쫓게 하면 사슴은 반드시 미친듯 내달린다. 개가 그 뒤를 쫓아가 거의 물려고 할 때 사람이 사냥개를 불러서 먹이를 주고 쉬게 한다. 그러면 사슴은 반드시 개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돌아보고 서 있다. 개가 다시 사슴을 쫓다가 또한 방금 전처럼 쉬면 사슴 역시 예전과 같이 기다린다. 여러 차례에 걸쳐 그렇게 하면 사슴은 기력이다해 넘어지고 만다. 그때 바로 개가 이빨로 사슴을 물어서 죽인다. 그것은 인(仁)인가 또는 신(信)인가. 곰과 호랑이가 서로 싸울 때 호랑이는 발톱과 어금니를 크게 벌리고 위세를 모아서 힘을 쓰는데 전념한다. 곰은 반드시 사람처럼 서서 큰 소나무를 구부려 꺾고 힘껏 내리친다. 한번 내리친 나무는 버리고 쓰지 않고 다시 소나무를 꺾는다. 노고는 많지만 힘이 꺾여 끝내는 호랑이에게 죽고 만다. 이것은 의(義)가 정(貞)인가. 사람이 산골짜기에 가로질러 나무를 놓고 거기에다가 노끈으로 역은 올가미를 설치해 놓으면 단비 무리가 물고기 떼처럼 나무를 건넌다. 앞서가는 놈이 머리를 시험 삼아 올가미 속에 집어넣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키는 대로 한다. 그러면 뒤따라오는 놈들도 먼저 머리를 올가미 속에 집어넣으려고 다툰다. 모름지기 잠깐 사이에 수많은 담비가 목이 매달려 죽고 마는데 살아남은 놈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다. 그것은 순(順) 인가 또는 공(恭)인가. 사람이 오직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만 있고 이렇게 저렇게 융통하는 이치에 밝지 못하다면 단지 명분 없는 일에 자신의 몸만 해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사슴이나 곰이나 단비로서 옷차림을 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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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에 사로잡힌 인간의 습성은 어떤 특정한 것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란 천지 자연 및 우주만물과 인간의 관점과 인식 사이의 중간 지점 즉 대상과 작자의 사이가 경계가 분리되고 통합되는 어느 지점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