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인1 중에서. 담배와 술. 황석영 作. 2017.
1943년 장춘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다가 민중운동을 하면서 소설을 열심히 썼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마당극을 구성하고 각지를 돌면서 민주탄압에 대한 연설을 하고.
조선일보에 장길산을 십년간 연재하고 그 인세로 2억을, 북한에서의 판권으로 20만달러를 받는데 그걸 공작금으로 몰아간다.
북한을 방문했다고 도시생활을 하다가 자수해서 안기부에서 조사받는데 폭력이나 고문은 없이 끝나고 수감이 된다.
" 야간에 물이 사동에 들어오던 이십대 교도가 하루는 식구통을 열더니 내 소설집을 내밀고 서명해달라고 청했다. 서명을 해주고 그럴듯한 글귀까지 한 줄 적어 주었더니 그가 그때부터 나와 친해져서 아예 근무를 들어오면 한밤중에 내 방 식구통을 열고 쭈그려 앉아서 얘기를 나누곤 했다.
그가 내 책을 열심히 읽어서 내가 출판사에 연락해서 장길산 열 권을 받아 서명해주었더니 감격했는지 그는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담배 한 갑 을식구통 안으로 들이밀고 내뺐다. 감방 안에서 담배 한 갑이 생겼다는 것은 일반수들 방이었다면 '징역이 화끈하게 풀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도 나에게 '꽃까지 줄 여유는 없었는지 내게 담배가 있어도 불을 붙일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사동과의 협상으로 담배 반토막에 설거지에 쓰는 철수세미 가닥과 교환을 한다.
전기면도기 배터리의 마이너스 플러스에다 쇠실을 대면 불이 생긴다는 정보까지. 그리고 휴지 두른 얇은 종이에 가늘게 말면 한대가 네대가 된다고 까지.
담배 몇모금 빨자 하도 오랫만이라 머릿속이 몽롱해지면서 팔다리에 힘이 풀리는 감방 용어로 '홍콩'가는 경험을 한다.
" 또 다른 범치기가 있는데 이는 구치소를 거친 정치범들이라면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말하자면 밀주를 담가 먹는 것이다. 매점에서 요구르트 한판과 식빵을 구매하고 소화제 겸 영양제로 파는 원기소를 소내 약방에서 구입하면 준비 끝이었다 (원래 구치소에서는 매점에서 각종 생활용품부터 식품과 반찬에 이르기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간 정부가 들어서고 일년쯤 뒤부터 비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구매 물품과 식품의 품목이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관급 식사 이외에는 거의 먹을 수 없게 되어 '곱징역'으로 변하게 된다). 식빵을 물에 살짝 적셔서 햇빛 좋은 창틀에 얹어놓으면 이내 곰팡이가 슨다. 이 곰팡이 핀 빵조각을 뜯어 페트병에 넣고 요구르트를 채운 다음 원기소를 몇 알 넣으면 된다. 주둥이를 휴지로 느슨하게 막고 화장실 모퉁이에 세워놓고 한 닷새 기다리면 시큼하고 달달한 막걸리가 된다. 아래층에서 통 방한 어느 학생은 내게 밑바닥에 남은 찌꺼기를 절대로 버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게 주정인데 주정만 있으면 제작비가 훨씬 절감되고 더 맛있는 와인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깡통 포도에 주정을 넣으면 맛있는 와인이 되었다".
"우리는 삼일절, 4.19, 5.18, 8.15 광복절 기념 투쟁이니 하여 한 해의 전반기를 '샤우팅'이나 단식으로 보내다가도 누군가 새로 들어오거나 교도소로 넘어가거나 석방되는 날이면 서로 연락해서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고 노래 제창으로 끝내곤 했다. 그럴 때면 각자 능력껏 양조한 막걸리를 마셨는데 사회에서 먹던 것에 비하면 도 수도 약하고 질도 떨어졌지만 평소 입에 대지도 못하던 알코올 기운이 제법 불쾌하게 취기가 올랐다. 사실 이러한 빵잽이의 낭만도 구치소에 일이지 교도소로 넘어가면 어림도 없는 일이 었다".
사실 이러한 재미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끝난다. 공식적으로 급식을 제외한 물품의 판매를 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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