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사람이 아니라. 비가 온 후에 베란다는 오래된 석회암동굴처럼 한방울씩 물이 떨어진다. 어느땐가 부터는 두군데 세군데도 물이 떨어진다. 창밖에도 비가 개고 일주일 혹은 열흘씩 꾸준하게 떨어진다. 마치 수종사의 전설처럼.
관리소장을 호출했다. 문제가 있군요. 다음예산에 반영해서 방수처리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감감 무소식이다. 전화하니 비리로 교체가 되었단다. 다음 관리소장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베란다 타일은 마치 몽환적인 그림인냥 피카소와 뭉크의 혼합작이 탄생했다.
그럴때마다 베란다 페인트 칠은 나의 취미처럼 변해갔다. 그래서 다른 색상으로 덧칠에 또 덧칠.
제작년에 다시 이의제기를 했고, 내년 사업계획에 넣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한다고 해서 사업계획이 밀렸다고 한다.
그리고 옥상이 시끄럽더니 유기용제 냄새로 정신이 혼미하다. 그래서 생각난게 책한권들고 인천국제공항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한 책이 "외로움의 온도".
달리는 전철에서는 마치 진동 마사지작동처럼 통통 튀는 바람에 글자도 내용도 튀는 상태다.
바다를 건너는 갯벌을 수놓은 빨간새의 양탄자.
함초가 굴곡과 갯골을 수놓은듯 펼쳐져 있다.
도쿄9 접이식을 가지고 전철을타고 화물청사역에 하차. 자전거도로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달리다보니 용유도 삼거리가 나온다. 을왕리 가는길? 아니 무의도로 방향을 잡고 달려보니 내가 타던 스페셜라이즈드에 비해서는 안장이 낮고 앞이 들떠 있어서 그나마 속도가 나지 않고 역풍에 천천히 갑니다.
무의대교를 지나서 리턴. 구읍가는 길. 17키로.






해당화가 알차게 영글어 반짝반짝 빛나는 열매를 머금고 더러는 흰색 해당화도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제1청사로 가서 돌아오니 바로다.
혹여 당신의 인생에 혹은 친구와의 사이에 벌어진 틍새처럼 가느다란 가랑비에도 누수가 되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안장부터 손보고.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