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 중기의 강원도 산골에 사는 중년의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을 향해 먼길을 떠났다. 여러 차례 낙방해서 집안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올해는 꼭 과거에 합격해야 한다고 다짐함에 한양으로 향했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을 것을 찾던 중 다행히 외진 산길에 작은 주막집 호롱불이 보였다. 해마다 한양의 과거로 갈 때 지나던 산길이었지만 처음 보는 주막집이었다.
선비가 아주 허름한 주막에 들어서자 주모가 나와서 반갑게 맞이했다.
"하룻밤 묵어가려는데 가능하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비록 누추하지만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
주모가 앞장서 방에 들어가 이부자리를 깔았다. 그런데 불빛에 보이는 주모의 미색에 선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천하의 절색이라고 할 만큼 빼어난 미모의 깔끔한 옷차림에서 자태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그뿐이 아니라 갓 스물이나 됐을까? 더없이 젊은 여인이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밥상이 정갈했다. 선비는 들쭉 술 반주를 곁드려 식사를 하면서 젊은주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름다운 모습은 저절로 욕정이 솟구쳤다. 밤이 깊어 선비는 자리에 누웠지만 주모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아랫도리가 불끈거리 잠을 청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조용히 방문이 열리다니 속살이 훤히 비치는 얇은 속옷차림에 주모가 들어왔다. 흔들리는 촛불에 그녀의 몸매는 더욱 육감적으로 보였다. 선비는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누르며 윗몸을 일으켰다.
"날이 피곤하시죠. 제가 객고를 풀어드리겠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런 행운이..... 아리따운 여인이 자청해서 수청을 들겠다니! 선비는 크게 감동했다. 여인이 선비의 온몸을 주무르는데 그 솜씨 대단했다. 온몸에 전율이 일고 솟구치는 욕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마침내 여인의 손길이 사타구니에 이르자 선비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여인을 눕혔다. 여인도 동침을 원하는 듯 선비의 목덜미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런데 선비가 헐떡이며 방사를 시작하려 할 때 불현듯 아내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오직 지아비를 위해 뙤약볕에 나가 고추를 다듬고, 밤늦도록 호롱불 밑에서 삯바느질하는 삶에 지쳐 찌들 대로 찌든 아내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 거리자 선비는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하오.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하니 도저히 안 되겠소".
"나리의 마음가짐이 올바르십니다. 이번 과거에서 틀림없이 장원급제 하실 겁니다".
" 미안하고 고맙소".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 인가? 여인이 몸을 일으키는데 홀연히 어마어마하게 큰 지네로 변하 더니 연기처럼 방을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괴이한 일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샌 선비는 서둘러 주막을 떠났다. 그리고 여인의 말대로 선비는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금의 환영하여 산길 옆에 주막을 다시 찾았지만 그 자리에는 풀만 무성했다. 주막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2. . 전라남도에 어느 외딴 섬, 어부였던 남편이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 목숨을 잃는 바람에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홀몸으로 시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궁핍한 생활이 무척 고달프기도 했지만 그보다 독수공방에 외로움을 잔디기 어려워 밤마다 솟구치는 욕정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 밤도 사타구니를 누르며 온몸을 비틀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아주 건장한 사내가 나타나 그녀를 희롱하고 방사를 거행하는데, 변강쇠 같은 그의 정력에 젊은 과부는 모처럼 얻게된 운우지락으로 온몸이 흠뻑 땀으로 젖었다.
그녀는 잠결에도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 했지만 사내를 놓치지 않으려고 더욱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하지만 사내가 기어이 여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자 과부는 그의 다리를 붙잡고 발부둥치다가 잠이 깨고 말았다.
"으악"
과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큰 구렁이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과부가 기겁을 했지만 구렁이는 닫혀있는 문틈 사이로 연기처럼 빠져나갔다.
이상화作. 설화와 기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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