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낙안읍성.

no pain no gain 2024. 2. 29. 18:17

낙안읍성.

순천 낙안읍성 가는길은 그 옛날 소달구지 끌고 고개 넘어 구불구불 휘어지는 길에 아스팔트 포장만 해놓은 상태인데, 그것도 지난 시간을 말해주듯 군데군데 폿트홀로 지뢰를 피해서 가는 길처럼 보였다.

다녀간 시간이 좀 흐른 지라 비포장 주차장에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 입장권을 끊는자리 경로우대로 프리패스 한다. 괜스레 기분이 좋다.
가을 추수한 짚을 엮어서 초가를 얹은 모습에 많은 노고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두께를 보니 5년치가 그냥 그대로 덮여있다.
돌로 쌓은 담장에 초가이엉을 얹어두고 멋스럽게 장식을 했다. 골목골목으로 이어진 초가집들.

현재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하나 대부분의 집은 문을 걸어 잠긴상태고,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인지 대나무를 문살로만든 집들은 하나같이 출입금지 된 상태다.
현지 체험학습으로 도자기나 가야금 혹은 두부나 공방같은 곳이 있기는 하나 한결같이 비수기인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집들은 문에 걸어둔 전화번호에 민박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어서 어느집인지 지난해 목화를 심어두고 가을걷이를 하지 않아 비와 눈에 축 쳐진 목화밭 주인인듯한 분에게 물어보니 2인 오만원을 받는다 한다. 식사는 제공하지 않고 식당에서 사먹으라고 안내를 한다.
아. 그래서 읍성밖에 그토록 식당가가 있었구나 하고 수긍을 한다.

옛 선인들의 멋스러움은 기러기 조각을 한두개 걸어두거나 마당에 과일나무와 관상수를 섞어서 심고 자그마한 물길을 내고 물레방아를 돌리고.
크게 취미라 할것없이 그냥 그럭저럭 사는 삶이었을 것이다.

성곽이나 돌담길은 한번 쌓기가 어렵지 쌓아두면 몇십년 몇백년 버티는 튼튼한 소재라서 귀찮은 손길이 가지 않았을 테지만, 짚으로 이은 지붕은 한해만 소홀해도 비가 새거나 바람이 숭숭 들어왔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야  방한과 단열에 힘썼지 예전에는 방바닦은 뜨거워 자리가 그을다 못해 다 탈지경이라도 공기는 차가워서 자다보면 코가 시린경우로 잠들고 깼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 민박집을 가지는 않았어도 어깨가 시려운 체험이 될듯한 상상을 해본다.

다 끝나고 돌이나오는 길.
여기 다시 방문하는 날은 아마도 가을쯤이지 싶다. 오곡백과가 익고 과일들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렸을 그날을 상상속에 그려본다.

국도를 타고 나오는 길은 '조정래 길'이라는 테마가 붙었다. 작가가 전라남도와 지리산, 백운산 등지의 지역들을 두루두루 일제시대의 수탈과 항쟁의 역사를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같은 소설속에서 어느 인물들을 묘사하여 기록해둔 고마움의 답례일 것이다.
경상도 지역과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작가는 이병주가 마치 그림을 그리듯 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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