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도장.
함양 상림이라는 숲에서 방천길에 활짝핀 벚꽃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잠시 쉬어가는 시간.
어느 젊은이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묻는다.
형아 내 도장 못봤어.
아니 모르겠는데.
은행에서 옆에 여자가 있었는데 도장이 없어졌어.
그럼 은행에 가서 찾아야지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하나?
그런데 그 여자가 가버렸어.
그럼 주머니를 뒤져봐.
뒤져서 안 나오면 큰일이잖아. 그래서 안해.
그런데 왜 나한테 물어보는거야.
형아가 찾아줄것 같아서. 도장이 없으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그래. 통장은 있고?
응. 통장은 있는데 도장이 없어졌어.
그럼 이길이 집으로 가는데야?
아니. 집은 반대쪽인데 집에가면 혼나니까 이리로 왔지.
빨리 집으로 가봐. 그리고 도장은 새로 만들면 된다.
그래도 되는거야?
대화는 여기까지.
십 몇년이 흘렀지만 벚꽃이 피는 시기가 오면 다시금 떠오르는 그날의 대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