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함백산의 봄. 김이랑 作

no pain no gain 2023. 11. 16. 15:19

함백산의 봄. 김이랑作

앙증맞고 깜찍한 꽃다지, 샛노란 점박이 얼굴로 땅바닥에 착 달라붙은 새비름, 돌돌 말린 꽃대가 사르르 풀어지면서 빙글대는 하얀 꽃말이, 오동통한 잎 사이로 노란 비를 뿌려놓은 돌나물, 꽃잎이 노란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대는 물레나물, 하늘 향해 좁쌀을 내뿜는 냉이.

별똥별 떨어진 자리에는 노란 민들레가 핀다. 노루가 오줌 눈 자리에는 노루오줌 꽃이 피고 제비가 똥눈 자리에는 제비꽃이 핀다. 장끼와 까투리가 사랑을 나는 자리에는 꿩의 바람꽃이 핀다. 사무친 그리움이 진 자리에는 상사화가 벙글고 애달픈 사연이 깃든 자리에는 찔레꽃이 핀다. 서로움 북바치는 자리에는 눈물꽃이 터지고 기쁨 넘치는 자리에는 웃음꽃이 핀다.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산으로 간 아기는 애기똥풀꽃, 시집도 못 가고 물로 간 누이는 물봉승아,장가도 못 가고 산으로 간 삼촌은 미나리아재비로 핀다. 죽은 딸 달래를 안고 죽은 진 씨 무덤에는 진달래가 핀다. 시집살이 모질게 하다 꽃상여를 타고 떠나는 어머니는 며느리 밥풀꽃, 며느리를  미워 하다 죽은 시어머니는 며느리밑씻개로. 핀다. 싸리 떨어져 탁발 하러 간 스님을 기다리다 얼어 죽은 동자의. 무덤에는 동자꽃, 딸을 기다리다 죽은 엄마가 무덤에는 족도리풀이 핀다.

피고 지는 사연 마다 저마다 간절해서 그리움 도 꽃으로 피고 서러움도 꽃으로 핀다. 별똥별처럼 이 땅에 소풍 나온 사람들은 슬픔도 원망도 사랑도 다 꽃으로 피운다. 그러고는 죽어서 별이 된다.

세상을 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계절마다 피고지는 들꽃도 각기 사연이 있고 나름대로 사랑도 있다.
동물중 90%는 이성과 만나 자손을 남길 확율이 없다고 한다.
인간세계에서 잘생긴 사람보다 못생긴 사람이 자손을 남길 임신확율이 높다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