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베로니카의 낮과 밤

no pain no gain 2023. 8. 9. 14:26

베로니카의 낮과 밤. 김미리作

"결혼할래요?"
"안 할래요."

"왜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잖아요"
"당신 사랑한다고 했지, 당신만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 나를 사랑한다면서요?."
" 사랑해요."
" 그런데 어떻게 아무 사이가 아닌가요?"
" 나는 아름다운 것은 다 사랑해요. 굳이 예를 들자면 조지아 오키티의 그림이라든지 춤을 추듯 유영하는 가오리라든지 여름날의 맑은 아침 하늘도 모두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요.  말했듯이 당신은 무척 아름답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 사람도 나를 죽일 뻔한 적이 있었어요.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 아주 근사한 밤이었어요. 온몸이 거대한 화염 속의 던져진 기분이 들었어요. 나 자신이 불꽃이 되어 활활 타는 것만 같았죠. 거의 정신을 잃었어요. 그 사람도 그랬고요. 어쩔 줄 몰랐던 거예요. 내 목을 졸랐죠. 난 정말 죽을 뻔 했어요. 목에 멍이 들어서 꽈나 오래 갔으니까요. 그 사람이 얼마나 미안 하했는지 몰라요.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한동안 혼난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어딘가 먼 곳에서, 그 여자는 한없이 행복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처음 보는 그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혔다.

"안녕."
낯선 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문을 열고 나갔다. 나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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