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초계탕 그 추억.

no pain no gain 2023. 2. 24. 19:13

난, 회사를 오래전에 그만뒀어도 몇가지 음식은 항상 그리움 속에 남아 향수를 자극한다.

초계탕.
운동갔다가 늦은 점심을 먹느라고 받아보면 초계탕. 이미 건더기는 다 배식하고 남은 찌끄러기?
잘게잘게 실처럼 부서진 닭고기에 가루가 되어버린 감자. 그리고 이미 녹아버린 도라지나 그밖의 약초들이 작은 닭뼈들과 어우러지는 죽보다도 더 부들부들한 그런 음식을 한그릇으로 부족해서 두그릇씩 먹던 기억.

가을 김장을 하고 나오던 김장김치.
서글서글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이제 막 숙성된 배추김치. 한 입에 넣으면 뒷통수까지 그 입맛이 자극적이어서 아! 소리보다도 아삭하게 씹히는 시원한 맛.
그럴때면 기회를 놓치지않고 밥에 쓱쓱 비벼서 두그릇이 게눈감춘듯 먹던 시절.

회사의 일도 물론 즐겁게 보냈지만, 기다려지던 식사시간이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던 젊은 시절.

수천명씩 배식하느라 고생하신 식당근무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 이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다시는 내 인생에 이런 화양연화같은 날들은 오지 않을. 시간들.

또 덧붙이자면 짧은 점심시간을 쪼개서 팀원들과 족구시간으로 단합되던 추억들.
땀으로 범벅이되고 옷이 흠뻑 젖었지만, 그 후 냉수로 급한 샤워하고 막대기가 들어있던 빙과류를 하나씩 물고 에어컨아래에 대형선풍기 바람으로 체열을 식히면서 근무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던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

이런것들이 하나씩 진주처럼 얽혀서 즐거운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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