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유통기한

no pain no gain 2022. 11. 16. 09:52

예전에 2009년에 쓴 글입니다.

 

유통기한 차원에서 본 내가 느낀 노무현 대통령.

 

하늘은 파랗습니다.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보입니다. 불과 몇 일 전만 해도 대한 민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모두의 가슴 속에 깊은 슬픔의 강이 흘렀습니다.

 

세상을 거슬러 조선시대부터 이야기 한다면 반상의 질서 속에 전제주의 군주가 모든 것을 가지는 통치 형태였기 때문에 그 군주가 어떤 방식으로 통치를 하든 백성이 바꿀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적었던 듯싶습니다. 그래서 권력의 언저리 나마 유지 하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등용문인 과거시험에 평생을 매달리는 서생역할에 올인 할 수 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그러나 간혹 기존의 질서를 바꾸기를 꿈꾸는 군왕과 학자들이 출현하기도 합니다. 위대한 지도자 세종이 그렇고 정조도 대표적 인물이지요, 조광조와 실학을 대표하는 인물들도요.

 

쇄국의 정책을 쓰다가 나라를 잃고 36년의 긴 통치를 받지요. 그리고 국민의 힘이 아닌 외세의 도움으로 나라를 찾게 됩니다. 사실 여기에서도 모스크바3상회의 에서 미국의 루스벨트는 50년간의 신탁통치를 주장하지만, 스탈린의 강력한 주장으로 5년의 신탁통치로 결정되지요. 해방이 되고 정적이었던 백범을 암살하고 초대 이승만대통령이 당선되지만, 이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민주주의라는 개념보다는 옛날 조선의 후임 국왕쯤 되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독재정치를 하지요.

 

대대로 권력의 부근에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 흘린 땀과 노력, 그리고 권모술수가 어찌 쉽게 포기하고 싶겠습니까? 크게 나누어진 그룹으로 학계, 의료계, 종교계, 법조계, 정치계 그리고 언론계. 시대 상황에 따라서 같은 사물을 봐도 평가는 자기 위치에 따른 입맛에 맞게 재 창조 해석해 내는 탁월한 기술을 전수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발전하지요.

 

역대 통수권자 중 김영삼 대통령은 부잣집 아들로서 출발해 일찍 정치에 입문 착실하게 실력을 쌓지만, 40대 기수론을 내세우지만, 박정희 정권에 막혀 실패하고 다 늙은 70대가 되어서 폐기 직전의 대통령을 합니다. 50년대에 연구한 이론을 70년대에 적용 했어야 할 이론을 90년대에 써먹으려 하니 세상이 그리 호락하지 않았던 게지요. 역사에는 if 가 없다지만, 40대에 대통령을 했다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 정통은 아니지만, 꾸준한 학구적 노력으로 40대 기수론을 내세우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선택 받지 못하고 다 늙은 후에야 유통기한이 다 지난 뒤 IMF의 후유증으로 거덜난 나라를 인수받아 착실하게 내실을 다지다가 미완의 성공으로 끝나고 말지요.

 

그 다음이 노무현 대통령. 빈농출신에 엘리트 코스도 아니고 사법고시를 합격했다 해도 동기생들이 보는 시선이 동질감을 느끼지 않는 아류로 보지요.

그가 느끼는 세상. 그리고 착실하게 밑그림을 그리고 싶은 대한민국의 모습이 같이 읽어도 해석이 다른 칸칸에 차곡차곡 정리되고 정립되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꿈을 꾸지요. 하지만 법조인이라고 해서 같은 부류로 인정하지 않은 시선들과 처음 출발부터 엘리트 그룹의 우산 속에서 살아온 기득권세력의 끝없는 반대에 부딪치게 됩니다.

수 없이 충돌하는 논리들. 한치의 양보와 손해 볼 수 없는 기존세력들의 입장에서는 학자적 양심이 옳겠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입해 보면 전혀 손해 볼 수 없는 생존권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엉터리 통계와 논리적 모순 그리고 지신의 세력을 대변하는 나팔수 역할을 할 언론의 끊임없는 쇄뇌가 이어집니다.

 

아무리 이제 막 제조된 신선한 유통기한의 노무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반대논리에 대한 착실한 반박논리를 설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직 익지 않은 미완의 정책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호소 하지만, 그 깊은 뜻과 숙성된 뒤의 깊은 맛을 전혀 할지 못한 우매한 대중들은 하나씩 반대논리가 나팔수들에 의해 부풀려 질 때마다 등돌려 떠나갑니다. 여기에는 국민이 하늘이라 믿었던 노무현 대통령도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 대다수가 학교를 다닐 때도 전공서적 이외에는 다른 곳에 눈 돌릴 여유가 없었을 뿐 아니라 졸업 후에도 더욱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다는 사실입니다. 인성이 완성되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 사회에 배출이 되고 더구나 사회과학이나 이런 부류의 책들은 마치 전공자 혹은 전문가들만 읽고 공부해야만 하는 학문으로 인지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수 많은 정책들마저 한 집안 식구들이라 할 같은 정당의 정치인들마저 반대를 하고 단식을 하고 아픈 가슴을 안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대상으로 하던 정치실험은 다음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고 임기는 끝나갑니다.

 

앞으로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그런 기적 같은 현상은 없을 것이지요. 엘리트의 길만 걸어온 자들의 사고에는 천 번을 죽었다 다시 태어난다 한들 노무현 대통령 같은 생각을 품지 못하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를 슬퍼하는 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무지 아쉽습니다. 아직 실현해 보지 못한 수 많은 계획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우리나라에 도입되어야 할 만한 정책들. 그리고 후세 사람들을 위한 자서전과 지침서등등 아직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같이 남아있는데, 아직 넉넉 하게 잡아서 30여 년이나 남은 유통기한을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코너로 몰고 또한 극단적인 생의 마감을 택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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