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때 범수가 땅콩 속의 연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는 했는데,
두쪽이 빈틈없이 딱 붙어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인간도 그렇듯 청춘남여의 최종적 결합은 땅콩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세월이 흘러 범수는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친구가 준 땅콩모종으로 실컨먹고 남은 것을 베란다에 천금농장 종묘장을 만들어서 키우고 있는데 잘 자라 이제는 밭으로 이식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모종을 준 친구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이제 또 봄날의 따사로운 태양아래 땅을 일구고 골을 파고 비닐을 씌우고 작물들을 심고. 생산비 안나오는 힘든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어도 내가 스스로 즐거우면 천국이다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장비도 없어 삽과 괭이 그리고 호미로 일구는 노동천국. 잡초와의 전쟁. 그리고 얻어지는 소소한 행복.
밭에서 무한으로 생산되는 상추쌈에 풋고추와 풋오이를 곁들여 한상차림으로 지내는 초보농부. 농사를 책으로만 배워서 모든게 시행착오를 거쳐서야 습득이 되는 현장이지만. 남은 여백의 밭두덕에 뭘 심을까로 그렸다가 지우고 또다시 그려보는 행복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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