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맨바위
정말 처음에는 배를 매었을 거야.
그렇게 세월을 기다리면서
산 꼭데기까지 빗물에 잠겨
어느 날인가 스스럼 없이 닺을 올리고 묶여진 줄을 풀고
돗에 바람을 가득 받아서
거친 새상을 향해 떠나갔을 거야
어쩌면 어쩌면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돌아오지는 못해
언젠가 떠났을 때 처럼 비가 세상 가득 내려서
선운산 꼭데기 배맨바위만 남고
물이 차 오르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우리가 오지 않는 유토피아를 기다리는 것처럼
한번 가신 님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
그리움으로 새겨진 가슴속에 그림처럼
마치 마음속에 남겨진 배맨 바위만
우뚝 남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