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파이 이야기

no pain no gain 2011. 11. 24. 13:36

파이 이야기 /얀 마텔 / 작가정신 / 2005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작가노트에 서술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도 폰다체리로와서 한 노인을 만나 캐나다에 사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파텔 이야기를 소개 받는다. 캐나다 억양에 활기찬 인도말투. 3부로 구성되어있는 이야기는 피신 몰리토 파텔의 성장과 함께 아버지가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이름을 잘못 알아들은 선생님들이 피싱 파렐(오줌싸는 아이?)’이라고 부르자 스스로 파이(π)π 파텔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파이 π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물원에 살면서 가톨릭 계 학교를 다니지만, 힌두교가정에서 태어나 이슬람과 기독교를 접하면서 목요일은 힌두사원과 금요일은 이슬람 회당과 토요일은 유대 회당, 일요일은 천주교 성당의 예배에 모두 참여하며 신과 풍요로운 관계를 맺는다. 어떻게 보면 참 허무 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2부에서 태평양 한 가운데서 배가 난파되어 호랑이 한 마리와 구명보트에서 7개월여의 시간을 좌표 없이 떠 다닐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신의 구원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된다.

 

동물원을 처분하고 많은 동물들을 화물선 배에 싣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과정에서 태평양 한 가운데서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 되고, 부모님과 형 그리고 선원들이 모두 죽고, 살아남은 것은 다리 부러진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리쳐드 파커라는 이름을 가진 뱅골만 호랑이와 16살이 된 주인공 소년 파이가 구명보트에 남는데, 적자생존 과정을 거쳐 파이와 호랑이가 방향타 없는 구명보트를 타고 227일이라는 기적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파도와 조류가 떠미는 상태로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에 도착하는 동안의 이야기가 흥미 진진하게 펼쳐진다.

 

구명보트 속의 비상용품에는 62L 의 물과 비상식량 비스킷, 도끼와 나이프, 그리고 바닷물을 식용수로 전환할 수 있는 태양 증류기와 생존지침서가 들어있는 깊이 1미터, 2.4미터, 길이 8미터, 배의 최대 수용인원 32명인 구명보트를 타고 언제 구조될 기약 없는 생존의 투쟁 기록이다.

 

인간이 극한에 빠졌을 때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최악이라 여기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것 또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함이 아닐련지?

 

에필로그에서 왜 그 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려간다. 상황에 따라 도와 준다는 신이 항상 곁에 머문다는 의지 하나만으로도 슬픔과 고통, 고독과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의지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권태와 공포- 잔잔한 바다에 방향과 시간을 모른체 물결의 휩쓸림에 떠가는 할 일없는 상태의 지속. 그리고 까만 밤이 되면 두려움과 분노, 광기, 무력감, 냉담을 반복하면서 또 하루치의 식량을 구해야 하고, 함께 있는 호랑이를 먹여야 하고. 권태가 지속되면 의식불명의 상태까지 빠지다 바다가 거칠어져 폭풍우가 몰아치면 산과 같은 파도에서 싶은 계곡으로 내팽개쳐지는 롤러코스트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죽음의 유혹에 대한 향연을 벌인다.

 

어둠 속에는 불안한 나날들만 존재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한 밤중에 바다를 보고 바다가 도시임을 알아차린다.

해저 통행객이 우글우글하고, 복잡한 바다에는 얼룩 반점이 있는 번들거리는 플랑크톤 수백만 개가 점점이 박혀있고 눈이 닿는 곳까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물속에서는 물고기떼가 속도를 내느라 물을 흔들면 인광을 내는 초록색 거품으로 이루어진 길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치 델라키스틱한 싸이키 조명처럼 환상의 레이져 쑈처럼 보이는 한 길이 사라지면 곧 다른 길이 나타나고, 이런 길들이 사방에서 생겼다가 사방에서 자취를 감추고, 꼭 노출 시간을 길게 해서 찍은 사진처럼 밤 바다는 말로 표현이 거의 불가능 할 정도의 신비한 세상을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것은 먹을 것이라는 대 명제를 수행하면서 멕시코해안에 도착 파이의 생존기는 끝난다.

 

만일 당신이라면 이보다 더 훌륭한 삶의 전기를 엮어낼 수 있는지 덮여진 책이 내 손끝으로 전해져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뜨거운 태양 그리고 캄캄한 어둠 속에 흔들이는 구명보트의 감정이 이입되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파이는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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