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를 위하여/ 황석영 作/다림 刊/2002 出
4편의 단편 중에 ‘입석부근’은 암벽등반을 소설화 한 것이다.
이 입석이 어디에 있는 것이나 누가 올라간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인생이 그렇듯 하나의 거대한 산(山)과 나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암묵적 대화로 인한 서로의 교감에 있는 것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는 입석이 있다.
‘지금은 내가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하여 싸우고 있는 시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자일을 서로를 통하는 혈관이라 생각할 정도로 긴박한 몰입의 세계. 바위의 어느 부분인가에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의 홀드를 찾아서 바위를 더듬고 쓰다듬고 발을 걸치고,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오르는 벼랑 위의 점 하나. 멸 손가락 끝 마디마다 피멍이 들고 까져서 쓰라리고 아려와도 혹은 무감각 해지는 순간까지도 생명의 강인한 연결고리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바위에 지나간 생사의 흔적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 이 단어의 뜻을 매 순간 생과 사의 갈림길처럼 이승과 저승 사이에 놓여진 홀드 하나. 누가 알아주거나 목숨 건 사투에서의 승리를 축하해 주는 이 없어도 언제나 부딪히고 도전할 자세로 살아 숨쉬는 바위와의 대화 혹은 짝사랑의 지극한 표현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끊어져 허공에 매달려있는 올 풀어진 자일처럼 유혹한다.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듯이 암벽은 영원하다.
오늘도 생명선을 팔에 걸고 친업(Chin-up)으로 상상의 바위를 향해 부단히 연습하는 수 많은 클라이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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