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 Carri/Theodore Dreiser作/범우사 刊/1978 出
시골처녀의 도시 상경기쯤 될까? 100년전에 출간된 작품을 이제 다시 읽는 것. 명작이라는 테마를 살짝 걷어내고 나면 솔직한 나의 느낌은 뭘까?
주인공인 캐리라는 배우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무지의 시골처녀가 무작정 대도시를 동경하며 시카고로 간다. 가진 자들의 세계에서 뿜어 나오는 휘황찬란한 가스등과 전기조명이 마치 환상의 세계라도 온 것처럼 들뜨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수입이 없는 도시인. 학식이나 기술 없이 경험이 전무한 막연한 동경. 겹겹이 둘러쳐진 상류사회의 벽. 그 벽을 뛰어넘는 방법 또한 교묘하다. 마치 원숭이의 외줄타기 묘기를 보는 듯한 정상적인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의 사람이라면 선택하지 말아야 할 강을 철 모르고 건너간다. 낯선 남자와의 동거. 결혼 하겠다는 그 한마디의 약속으로 현실도피의 세계로 들어가는 꿈꾸는 인형이 된다.
그리고 그의 친구인 고급 레스토랑 지배인과의 밀회. 하나에서 얻을 수 없는 부족함을 채우려는 갈증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르는 소금물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만든 것이 1부1처제의 결혼이라는 족쇄다. 현대인의 가장 큰 갈등은 너무나 멋진 남자와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 특히 달리는 경주마를 한 눈 팔지 않도록 눈을 가리고 뛰게 하는 이면에는 세상을 세상답게 돌아가게 하려는 어떤 선지자들이 만들어낸 질서라는 탈을 쓴 음모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그 지배인의 계락에 빠져 밀월로 이어지는 시카고를 떠나 몬트리올로 야밤도주를 한다. 고급레스토랑의 지배인은 지금까지의 주어진 최고의 부와 사치로 치장된 외제 수입품 양복과 외알의 보석반지, 넥타이에 푸른 다이어, 최신 유행 조끼에 순금 시계와 멋진 시계줄을 번쩍거리면서 바 안에서 저명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성공적인 사교의 길을 버리고 미모의 여인 캐리에게 인생을 걸고 금고에서 돈을 훔쳐 몬트리올을 거쳐 뉴욕에 정착을 한다. 청교도 적인 의미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사랑이란 뭘까?
애정은 머리에서 옥시토신등의 세가지 화학물질로 이루어지는 정신상태라 한다. 따라서 하나의 화학 반응이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 생겨 그 효과가 점점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애정이 사라지고 오직 습관화된 관계만 남는다. 항체 생성까지의 걸리는 시간은 30개월. 자 그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30개월이 지난 다음의 나머지 평생 지켜가면서 살아야 하는 사랑은 뭐로 표현해야 하나?
훔친 돈은 최소한의 비용만 남기고 돌려 주지만, 앞으로의 생활은 막막하기만 하다. 급하게 서두르다 보니 변두리 작은 술집에 공동투자를 하고 근근이 살아가지만, 남자가 잦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서서히 색이 바래듯이 잊어간다. 자극을 주면 반응이 오고 반응이 적응하는 시간을 거쳐 완전히 적응이 된 후부터는 서서히 퇴화되어가는 것이 세상의 인간관계다.
남과여 사이에서도 다를 바 없다. 집힌 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듯이 부부간에도 건너면 안 되는 최소한의 거리는 둬야 한다. 아무리 친숙하고 당연한 듯이 보이지만, 존경하는 마음은 죽을 때까지 잊지 말고 놓지 말아야 할 자신과의 약속인 것이다.
도시는 번창하고 재개발의 빌미로 동업자 관계를 청산하고 남은 재산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마치 곳감빼먹는 생활이 시작된다. 구직 활동을 하지만, 돼야 하는 것 보다 안 되는 것을 앞세우고 체면을 장막으로 자기 합리화로 가진 돈은 점차 줄어간다. 그리고 나중에는 포기의 늪에 빠져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변명으로 일관한다.
애정의 토대는 뭘까? 캐리는 새로운 탈출구를 향해 날개 짓을 한다. 뛰어난 미모로 합창단에 자리를 얻고 –여기서 납득이 잘 안 되는 부분이 합창이나 연기 이런 부분이 전혀 준비가 안되어있는 사람의 미모만 보고 채용이다. 낮은 급료로 생활을 하다가 캐리는 자기만이 길을 갈 것을 결심하고 지배인과의 과거를 청산하고 집을 떠난다. 열심히 한다는 것. 최선을 다 한다는 것과 잘 한다는 것은 그 결과물이 다르다. 의도한 기획자의 뜻과 달리 잘 못하는 사람이 열심히 한다면 목표한 방향과는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살아 가면서 배워가는 것. 천부적인 소질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면서 인기 스타로 발돋움한다. 하루 아침에 유명해 졌다는 말처럼 뛰어오른 주가에 주급이 오르고 호텔생활에 만족할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우연한 기회에 조언자가 나타난다.
“당신의 얼굴 표정은 여러 가지 다른 것들 속에서 승화되는 하나의 거울 같은 것이지요. 슬픈 노래를 듣거나 감명을 주는 그림을 보면 당신은 언제나 같은 반응을 얻습니다. 그거야 말로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얼굴이지요. 왜냐하면 그것은 그 안에 숨은 갈망을 나타내는 자연 그대로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꾸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라고 한다.
“당신은 남들이 가지지 않은 그 무엇을 가졌어요. 그래서 그 가진 것을 가지고 가벼운 흥행물로 세월을 보내지 말고 진짜 연극을 해야 합니다. 당신은 그렇게도 풍부한 인간미와 인정,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그 가치들을 남들을 위해서 발휘하세요.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의 그 능력도 오래 빛날 것입니다.”
“당신은 그 눈과 입과 천성에 그 귀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 만일 당신이 그것을 등지고 혼자만 만족해서 안일하게 살아간다면, 그 표정이 눈에서 떠날 것이고 입이 달라질 것이며 연기 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질 겁니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 입니다”
아마도 작가가 자기 스스로 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을까?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사는 상류사회의 진입에 성공한다. 그러면서 찾아오는 허무감. 무엇일까? 그 내면의 세계는 전정 자신이 이루고자 원했던 롤모델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하나를 이루면 다음 목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의 부재가 아닌가 한다.
한편 지배인은 노숙자의 삶 속을 헤매다가 결국 가스자살이라는 결론으로 마감한다.
우리는 가끔 스타들의 자살에 관한 소식을 언론에서 접할 때마다 뭐가 부족해서 죽음으로 갚아야 할 그 무엇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가진 것이 많고 여유로울 때 나눔과 봉사라는 새로운 장르는 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비록 나만의 생각일까?
이 작가는 젊은이의 양지로 번역된 또 다른 소설‘아메리카의 비극’으로 성공을 거둔 대단한 사람이다. 젊은 시절 가슴에 텁수룩한 털을 달고 나오는 몽고메리와 그 상대역 셜리 원터스 그리고 누굴 닮았다고 말 할 수 없는 미모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뛰는 가슴으로 젊은 날을 보내게 해준 은인이다. 뮤지컬 시카고를 보면서 인간의 성과 춤과 노래를 가지고 환락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낭만의 세상을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신세계로 가는 새로운 길은 아니었나 싶다.
1978년에 책을 사 놓고 몇 번인가 보다가 덮어두었던 책들. 이제는 글씨가 작아서 쉬 눈도 피로하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읽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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