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위지안 作/ 예당 刊/ 2012 出/

no pain no gain 2012. 7. 11. 14:07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위지안 作/ 예당 刊/ 2012 /

 

삶의 끝에 서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머리에 인 항아리처럼 떨어트리면 산산이 부서져 끝나는 인생의 페이지를 장식해가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

어느 순간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치닫던 지난 날들의 모든 꿈들이 한 순간에 박제가 되어버린 허상일 수 있다는 가정이 현실이 되는 이야기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책을 넘기다 몇 번 눈물을 흘렸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아닌 그냥 대책 없이 주르륵 흐르는 진한 감정의 현을 건드렸다.

어려서부터 지기 싫어하고, 경쟁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칠줄 모르고 외길을 달리는 기차처럼 혼신을 다해 열정을 불태웠던 삶. 뭐든지 목표가 설정되면 밤새워가며 끝까지 매달리고 책 속에 파묻혀 몸을 혹사해 가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휴식을 모르고 달려온 삶의 끝에는 30세에 세계 100대 대학의 교수로, 박사로, 한 아이의 엄마로 이루고자 하는 그 모든 것을 움켜진 채 유방암에서 시작된 암세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의 모든 뼈까지 전이가 된 다음에야 비로소 쓰러져서야 알게 되는 기막힌 현실. 버리고 떠나야 하는 진실 앞에 서야 열심히 살았다는 지나온 과거가 보인다.

과도한 승부욕, 육류 위주의 식단, 휴식을 모르는 혹사. 안으로만 채칙질하는 바위처럼 스트레스로 살아온 날들이 주는 결말은 죽음과 바꾼 나날들이다.

 

얼마 전. 딸아이의 제안, 가족여행을 가잔다. 그래서 떠난 것이 이효석의 문학여행이다. 주문진에서 싱싱한 생선회를 먹고, 채식주의자이신 장모님께서 드시는 몇가지 생선에 오징어도 포함된 것이 다행이면서 기쁨이다. 백사장의 차디찬 바닷가에서 때이른 해수욕도 하고, 평창, 봉평에서 메밀꽃필무렵 기행을 하면서 36세에 뇌수막염으로 요절한 작가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헤아려 보다가 메밀국수와 전병을 빠져나 와 허브농원 꽃밭에서 춤추는 나비의 추임새를 보고, 별 헤는 밤에 뻐꾹새 리듬에 책장을 넘기면서 보낸 23. 

지금은 메밀이 없고 온통 배추밭 감자 밭이라서 가산이 그 후로도 살았더라면 후편으로 감자 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에서 동이의 피어나는 삶을 그려냈을까 하는 상상 속에 떠나왔다.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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