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아주머니께서 시금치를 사면서 한 단에 얼마냐고 묻자 2200원. 그러자 그럼 2단에 5000원에 달라고 하자 파시는 분이 “아니 시금치 한 단에 얼마나 남는다고 그걸 깎아!” 하시면서 싸 주시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란시장에 들렸다.
사실 모란시장은 무얼 산다기 보다는 그냥 구경거리로 안성맞춤인 그런 어릴 적 고향의 정서를 느낄 수 있고 삶의 치열한 현장이기 때문에 우리 삶을 바로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들리는 편이다. 다만 주차장 문제 때문에 잠시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만큼 알아서 잘 이용하면 된다.
아들이 휴가를 와서 함께 다녔다. 첫 번째 문제는 주차문제다. 어느 가게 앞에 물론 노란 황색 선이 그려져 있는 주차금지 구역이다. 다만 다른 차들이 주차되어있었고 나는 그 빈 칸의 한 곳을 주차 하기 위해서 차를 세웠다. 가게 주인인 듯한 사람이 나와서 살피더니 자기가게에 들어올 사람이 아닌 걸 확인 한 후 차를 빼라고 한다. 그래서 20분이라는 협상을 하고 길을 건넜다. 여기서 그 사람이 “여기는 주차단속이 심한 곳이니 차를 빼라”고 했다면 혹여 이 근처에 유료 주차장은 어디 있느냐고 아마 고민을 좀 했을 듯 하다.
입구에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초시장이 자리 하고 있다. 봄이다 보니 온갖 과일 나무며 겨우내 혹은 일년을 기다려 온 온실 속의 화초들이 많이 들 나와있다. 구근 초에서부터 꽃 망울을 머금은 철쭉 류까지 그리고 사시사찰 팔리는 실내정화 식물들이 쭉 자리 잡고 있다. 일단 처음 들어가는 집에서부터 물어 본다. 꽃 대를 달고 있는 풍란은 얼마인지요? 2000원. 석곡은 3000원. 줄무늬가 있는 풍란은 2000원. 그리고 이어진 시장 구경.
각종 씨앗과 곡류, 옷가지와 가죽제품, 그리고 먹거리. 잡화 그리고 좀 지나면 동물 농장이 있다. 손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바로 해체되어서 고기가 되어 나오는 그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즉석 시장이다.
아들은 군 허리띠를 하나 구입했다. 군 부대 앞에서 파는 용사의 집 그런 곳에서 따로 파는데, 8000원짜리를 3000원에 구입 했다고 좋다고 한다.
휴대용 버너를 하나 집었다. 가격은 15000원이란다. 산에 자주 다녀서 아는데, 150000~200000정도 하는 정품에 비해서 겉 모양은 손색이 없다. 아들이 묻는다. 뭔 차이가 나는지요? 응 그건 평소 잘 되다가 산 위에서 결정적일 때 사용이 안 되는 경우가 더러 있어도 후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모란표란다. 경제학에서 수많은 도표와 논리로 잘 설명을 했지만, 시장경제는 기회비용과 효용가치 두 가지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될 수도 있단다 하고 더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돌아 나오는 길에 하나를 먹는 다면 식사 대용이 될 법한 두껍고 큼직한 빈대떡을 부치는 것이 아니라 거의 기름에 튀겨내는 수준에서 파는 곳과, 메추라기를 구워 파는 가게와 소주만 사면 안주는 돼지구이를 공짜로 주는 곳과 청계천 시장에서 파견을 나온 듯 보이는 복제품 CD를 파는 곳과 아직도 사람을 모으고 야바위흉내를 내는 곳을 지나면서 잠깐이지만, 다양한 군상을 만난다.
그리고 들른 화훼시장. 풍란은? 꽃대가 안 맺힌 것은 2000원 맺힌 것은 5000원. 그리고 좀 큰 것은 10000원. 그 위에 있는 것은 15000원. 줄무늬가 있는 것은 15000원. 석곡은 3000원 5000원....... 그래서 미련 없이 돌아섰다.
처음 갔던 가게에서 석곡 딱 2개남은 것. 하나에 3000원이었는데, 마지막 이라 2개에 3000원이란다. 그리고 풍란 2000원씩 그리고 줄무늬 있는 풍란도 2000원. 그래서 줄무늬 있는 풍란 섞어서 풍란 4개와 석곡 2개를 합해서 10000원 하면서 손에는 이미 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있었다. 그럼 안 되는데 하면서 바로 신문지로 포장을 한다. 물건을 건네 주면서 지폐를 바로 채간다. 많이 파세요 하면서 돌아 나오는 길에 석류 파는 곳. 3개 5000원, 7개 10000원 그래서 만원을 들고서 7개를 골라 달라고 했다. 파시는 분이 무작위로 8개 만원 오케이? 한다. 콜. 그래서 석류 8개를 받아서 모란시장 풍류 탐험을 마친다.
아파트 앞에서 꽃 파는 아저씨 3단짜리 철쭉 종류가 탐스럽게 꽃망울을 맺고 있다. 15000원. 아까 모란시장에서 10000원에 골라가라던 바로 그 꽃이다. 요즘에는 화초도 마치 기계로 찍어낸 모양처럼 어쩜 단수와 꽃의 색깔 그리고 꽃이 달리는 숫자까지 모두가 구별이 안될 정도로 흡사한 모양이다.
집에 와서 빈 화분에 적당히 배열해 놓으니 썩 괜찮아 보인다. 이렇게 해 놓으면 몇 년은 잘 살리라.
실내 환경이란 것이 아파트이다 보니 자연 환경하고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자연에서 혹은 하우스에서 잘 자란 화초들은 집에 들어오면 아무리 잘 관리를 한다 해도 그리 썩 잘 자라지는 않는다. 물론 그래야 하우스에서 화초를 키워내는 분들도 팔로가 생기겠지만, 요즘에는 예전에 각광을 받던 관엽식물이나 환경정화 식물 이런 것 보다는 야생화가 더욱 존귀한 몸이라 한다. 이유인 즉 환경정화 식물 이런 것들은 환경 호르몬에 대한 어느 정도 내성이 갖춰진 상태로 개발 되고 육성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죽지 않고 잘 살아서 사람이 견디지 못하는 환경에서도 잘 살아내기 때문이란다.
예전에 연탄 때던 때는 집에서 키우던 관상조류가 각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연탄 가스에 치명적인 조류가 조금만 가스에 노출이 되어도 죽겠다고 울어대는 파수꾼 역할을 해서 자는 사람을 깨운다는 생명조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역설적인 이야기 같지만 야생화의 그 연약한 환경 적응력이 약해 실내에서 자주 죽어나간다면 집안의 무엇인가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쯤 된다고 할까? 그래서 야생화가 귀한 몸이라는 이야기다.
이젠 봄이 완연한 3월 중순이다. 다시 또 꽃샘추위는 오겠지만, 시간을 내서 베란다 정리라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주광성이어서 햇볕을 잘 보지 못한 화분은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차광이 필요해서 꽃이 잘 맺히지 않았던 화분은 조금 차광을 해서,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겨우내 수고해 준 화분의 노고를 생각해서, 모두가 한 가족 같은 기분으로 주인의 손길로 어루만지고 쓰다듬어서 서로의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조금만 배려한다면 똑같은 주어진 환경에서도 가정뿐만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2009. 03. 18. 좀 더운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