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즐거운 인생/ 충무아트홀/오만석 연출.
GM 대우에서 메일이 왔다. 이벤트를 한다고, 그래서 장난 삼아 응모 한 것이 당첨이 됐고, 오랜만에 뮤지컬 관람이라는 부부나들이가 된 것이다. 오! 즐거운 인생.
세상사 어디까지가 논 픽션이고 어디서부터 가 픽션인지 애매한 작품세계는 창작 뮤지컬이라는 상상의 나래 속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 본다.
좀더 솔직해 지면, 어린 시절부터 접했던 시골 마당에서 벌어지던 약 장사 굿거리나, 각설이 타령 또는 창극이나 민요 한마당 같은 것이나 4박자로 통칭되는 트롯 공연 같은 것 에는 귀에 익숙해서 솔깃함이 있지만, 째질 듯한 소음(?)과 긴 머리를 흔들어서 뱅뱅 돌리는 록 뮤직에는 아직도 정서상의 잘 맞지 않은 거부감이 있다.
또한, 사실 요즘 젊은 가수들 얼굴과 이름도 잘 모릅니다.
유준상, 라이언, 이영미, 임춘길, 김무열, 박주희......누굴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세상에서 가장 맛 없는 식사가 혼자 먹는 밥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의 나와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컵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전화놀이를 하고, 또 장난 전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컵라면을 먹는다. 나도 그런 적이 있던가?
극중 인물 이세기의 역할은 채플린을 흉내 내며 개그맨이 꿈인 고등학생. 아빠는 망해서 미국으로 돈 벌러 갔다가 공사장에서 죽고, 엄마는 바람나서 가출하고,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크럽 웨이터와 사체업자의 꼬마 노릇을 하면서 꿈인 개그맨에 도전 하지만, 언제나 언저리에 머물고 만다.
구성과 완성도 뭐 이런 것 아무래도 좋다. 풋풋한 젊은이들의 열정이 감미로운 미성으로 또는 뜨거운 가슴을 주체 못해 터져 나오는 가창력으로 좁은 무대를 휘저어 관객들과 한 호흡으로 일심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
언제였을까? 배우들의 눈물흘림에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웃음 소리에 덩달아 박장대소 손뼉 치며 기뻐하던 순수의 시절이 나에게서 멀어져 간 그때가?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너온 것은 아닐까?
소나무라는 노래가 나온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함 없는 그 빛, 여름철이나 겨울도 한 결 같은 네 푸른빛.
인생이...... 즐거운 인생처럼 언제나 늘 푸른 소나무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행복을 추구하는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오늘이 있을 게다.
네비 없이 찾아가는 신당역 충무아트홀. 좀더 여유로웠다면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부부가 손잡고 서울역에서부터 걸어서 장충동을 돌아 신당동에 떡볶이 먹으러 걸어갔던 그 향수 속의 데이트 였음 더욱 뮤지컬이 돋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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