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읽으며 가을여행.
어떤 글에서 읽은 내용은 파리의 도시가 너무 화려한 마리 앙트와네트가 주선한 파티가 귀족을 중심으로 매일 벌어지는 베르사유 궁전. 그러나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 사람들이 여기저기 오물을 모아서 창 밖으로 버리든 통에 파라솔이 발명되었고, 으슥한 수풀과 잔디밭 틈에 실례한 오물 때문에 굽 높은 하이힐이 발명되었다거나,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오물의 냄새를 중화 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향수를 개발 하였다는 뜬금없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사실적으로 들려 올 때 우리는 가끔 고개를 갸웃 뚱하고 실소를 자아냅니다.
프랑스의 그 끝도 없이 펼쳐진 그라스 지방의 계절 따라 바뀌는 환상적인 꽃들의 주산지에서 작가의 그 풍성한 상상력은 어떤 모자이크와 카펫트의 절묘한 조화를 그려 냈는지도 모릅니다. 길게 이어진 시골 길. 한적한 풍경에 어울릴 것만 같은 포플러 나무의 그 반짝이는 새 순이 나그네의 발길을 유혹하는 초청장쯤 될 것이라 생각 합니다.
독일의 여행객이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쓴 책 향수.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역사적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18세기 프랑스를 끼워 넣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회적 배경도 있지만, 그런 건 예외로 치고, 냄새 하나로 이 책을 읽는 이들을 매료시킨 작가의 그 숨은 능력에 한 없는 찬사를 보낸다.
영등포에서 전주까지 가는 길에 잘 익은 황금들판을 보면서 때로는 터널을 지나가면서 흐려진 조명에 독서를 방해 받기도 했지만, 뭐 특별히 할일 없는 기차여행이다 보니 책 속의 길을 따라 그루누이가 가는 프랑스의 여러 지방을 별로 먹을 것도 없이 떠돌다가, 자신의 오로지 상상 속에서 느끼는 천당에서 지옥까지의 체험으로 구도의 길을 극복하고, 인생의 마지막 정점을 향한 그 냄새의 천국. 향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하필이면 아직 피어 보지도 못한 처녀의 향기에 마력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그 숨막히는 진행과정에서의 몰입되는 과정은 여태까지 경험해 본 그 어떤 향기 보다 도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행과정에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수를 남기고자 하는 향수도제장인의 로망으로 25명의 처녀의 죽음을 모태로 하는 향기를 만들고 져 세상을 속이지만, 그 자신도 살인자의 테두리를 벋어나지 못하고 잡혀 죽음에 이른 마당에서, 천하를 속이는 향수를 뿌리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을 쾌락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살아나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향수에 취한 하층민의 부류에 둘러싸여 30점의 살점으로 나뉘어 흔적도 없이 향수의 향기처럼 사라져 버린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기차여행의 향수는 덜거덕 턱 덜거덕 턱 하는 선로 이음새에서 나는 그리움의 음향인데, 이제는 선진 기술로 철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용접한 관계로 그런 소리도 들을 수 없을뿐더러 언제부터 없어 졌는지 모르지만, 귀성열차의 그 복잡한 통로를 비집고 다니면서 팔던 홍익회 상품까지 사라져서 기차여행이면 으레 게란 한 줄에 사이다 한 병 정도는 마셔 줘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념의 추억까지 몽땅 그리 향수 속에 사라져 버린 여행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욱 농 익어가는 가을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향기를 가진 향수처럼 내 인생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멋진 추억이 될만한 당신의 향기로 남을 가을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이 어떨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