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세종이야기

no pain no gain 2008. 6. 28. 15:42

나는 조선이다- 세종이야기

                       청아출판/이한 작()/ 2007.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유유히 흘러가는 역사의 흔적에서 가장 칭송되는 이 중의 한 사람으로써 조선의 정체성을 만든 장본인 이기도 하다.

 

태조 이성계로부터 신임 받지 못한 태종 이방원은 스스로 무골 출신임을 내세워 형제의 난을 거쳐 피 묻은 옥좌를 차지 하지만, 더 이상 조선이라는 국가에 무골로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우려해서 어릴 때부터 외가에서 자라 외삼촌의 영향으로 풍류와 말 타기, 활 쏘기, 검술 등에 취향을 가진 세자 양녕을 폐하고, 공부하기를 즐겨 하는 셋째 왕자 충령(이도)를 왕세자로 책봉하고 고작 2달이 되기도 전에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왕위를 양위하고 물러나는 태종의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다. 엉겁결에 왕이 된 세종.

 

무에 약한 세종은 태종의 특별배려로 대마도 정벌을 하고, 처가의 세력에 휘둘릴 것을 우려해서 소헌왕후(경국옹주-경빈-검비-공비)의 부친인 영의정이었던 심온을 역모로 엮어 처형하게 한다. 왕위는 물려줬지만, 병권만은 쥐고 있던 태종은 상왕으로써 나라의 권력은 한 군데에서 나와야 한다라는 말의 트집이었지만, 병권을 쥐고 있던 태종은 장차 세종이 이어나갈 미래상을 점쳐보고 사전 정지작업을 한 것이리라.

 

세종은 즉위 초기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곤란한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태종의 명분을 들어 해결해 나가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책 읽고 공부하기를 즐겨 해서 건강이 나빠질 정도로 우려스러운 자식을 위해 모든 책을 치워버리라는 태종의 지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노력 파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이 앎으로써 조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틀을 짤 수 있는 설계자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전문가를 육성해내고 팀을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부여하고, 하나씩 점검해 가면서 마치 블록을 쌓듯이 차곡차곡 진행해가는 완벽주의 스타일.

정부체계, 제도, 행정, 문자 등 수백 년에 걸쳐서도 이루어 내기 어려운 일을 노련한 지휘자가 지휘봉 하나로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스테레오를 만들어 내는 업적을 너무 짧은 기간에 이룩해 놓은 그 열정적인 집중이 더욱 위대한 군주로 거듭나는 평가로 남는다.

 

무려 27년을 정승으로 있었다는 명재상 황희, 소를 타고 다녔다는 맹사성, 꼬장꼬장한 보수의 대명사 허조, 세종의 그림자 같은 도승지 안승선, 과학을 만들어 낸 장영실. 관노 출신이면서 갑인자, 앙구일부, 측우기는 물론 천문학과 지질학 그리고 활자주조에 이어 악기 제조에도 관여하는 등 모든 면에서 요즘 말하는 만물박사쯤 되지 않았을까?

 

금속활자 외 저울, 도성수축, 탄광의 조사, 혼천의와 무쇠화포의 제작에 힘쓴 이천, 세종 이후에는 환도와 군선 만드는 작업에 참여 하게 된다.

 

조선의 음악을 만든 박연, 제자 정양과 함께 용비어천가와 여민락을 만들어 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대제례는 세종시대의 산물이다.

 

정체성을 만드는 작업에 제사인 길례, 국장. 장례인 흉례, 군대 출정인 군례, 사신접대인 빈례, 왕세자 책봉. 결혼에 관한 가례 등의 다섯 예법인 오례를 정하고, 집현전 학사들을 독려해서 만든 훈민정음의 창제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만한 업적을 만들어 내는 아이러니는 그만의 추진력이 아니었는지?

 

치적으로 말 한다면야 그만한 업적이 없지만, 너무 혹사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안질과 비만, 풍질에 당뇨, 소갈, 만성피로 등이 겹쳐진 건강 악화는 당연한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착실하게 왕위 계승수업에 진력해온 문종, 부왕을 닮은 성격에 일찍부터 정무에 참여하다 보니 특별히 건강을 챙길 여력이 없었던지 종기에 시달리고, 왕이 되어서도 건강하지 못함으로 일찍 단명이 되어 단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무신의 기질로 야욕이 넘치던 세조가 조카를 죽이고 사육신을 만들어 내는 계유정난으로 세종이 뿌려 놓은 인재의 텃밭을 갈아 엎는 인재 궁핍시대를 지나면서 세종의 원대한 꿈은 좌절을 겪고, 더욱 창대 해 나가지 못하는 조선이 한계를 지니게 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지금 이 시기 우리에게 걸맞은 성군은 누구이며, 태평성대를 꾸려나갈 진정한 세종 같은 의인은 없는지 반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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